(서울=뉴스1) 정지윤 기자 =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지우기에 혈안이 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2차 세계대전의 상징으로 평가받는 '이오지마 전투' 사진에 아메리카 원주민 병사가 찍혔다는 이유로 삭제한 것으로 전해졌다.
19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최근 미국 국방부 홈페이지에서 '이오지마 전투' 사진이 내려갔다. 이오지마의 스리바치산에서 미 해병대원 6명이 성조기를 세우는 역사적 순간을 포착한 상징적인 사진으로 퓰리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오지마 사진에 찍힌 원주민 병사는 미국 남서부 피마 인디언 출신의 아이라 헤이스 일병이다. 해당 사진과 함께 소수 민족 출신 미군에 대한 코너도 사라졌다. 국방부는 해당 코너에서 원주민 군인들이 "군대뿐만이 아닌 모든 직업에 종사하는 원주민의 공헌과 희생을 상징한다"고 치하한 바 있다.
이외에도 흑인 야구선수 출신으로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재키 로빈슨의 페이지도 사라졌다. 여기에는 "미국 주요 기업의 부사장으로 재직한 최초의 흑인"이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1945년 8월 6일 일본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을 투하한 B-29 슈퍼포트리스 폭격기인 '에놀라 게이'의 사진도 삭제됐는데, 미 언론들은 남성 동성애자를 뜻하는 '게이'라는 단어와 혼동해 잘못 삭제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WP는 입수한 자료를 인용하며 이러한 조치가 "연방 정부의 '다양성·형평성·포용성' 시도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광범위한 단속으로 인해 삭제됐다"고 보도했다.
다만 국방부는 이오지마의 게양기와 에놀라 게이 등 웹사이트에서 내려간 일련의 사진들은 실수로 삭제된 것이며, 해당 페이지를 다시 복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존 울리엇 국방부 대변인은 "인종이나 민족, 성별 같은 선천적 특성으로 그들을 바라보거나 강조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군복을 입은 다른 미국인들과 마찬가지로 그들의 애국심과 전투 임무에 대한 헌신만을 인정한다. (DEI는) 군대를 분열시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모든 플랫폼에서 DEI 콘텐츠를 제거하라는 지침을 부서 전반에서 신속하게 준수한 것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침에서 벗어나 고의적이든 실수로든 콘텐츠가 삭제되는 경우 콘텐츠를 수정해 헌신적으로 봉사한 우리의 영웅을 인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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