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경민 기자 = 유럽연합(EU)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보복 차원에서 미국산 위스키 관세를 50%로 인상하자 미국 주류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CNN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크리스 스웡거 미국증류주위원회(DISCUS)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성명을 내고 이번 EU의 결정은 "매우 실망스럽다"며 "EU 시장에서 미국 주류 수출을 회복하려는 성공적인 노력을 심각하게 훼손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웡거 CEO는 "미국 시장에서 주류 산업이 여전히 침체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소비를 위축시키는 관세를 재부과하면 전국의 증류업체와 농장주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는 미국과 EU 정부가 주류 산업이 다시 '상호 무관세(zero-for-zero tariffs)'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결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DISCUS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스트레스 증가 등으로 가정 내 술 소비가 늘어나면서 미국 위스키 판매는 2020년 이후 20% 가까이 성장해 지난해 50억 달러(약 7조 원)를 넘어섰다.
하지만 물가 상승으로 인해 소비가 줄어들자 위스키를 포함한 주류 판매가 둔화했다. 이에 따라 브라운 포먼 같은 일부 회사는 올해 1월 약 700명의 직원을 해고했다고 CNN은 전했다.
유럽은 미국산 위스키의 주요 성장 시장이다. 유럽 수출은 조 바이든 행정부 때 관세 조치가 중단된 후 지난 3년 동안 60% 증가해 6억9900만 달러(약 1조 원)에 달했다.
트럼프는 첫 임기인 2018년 유럽산 철강 25%·알루미늄 10%의 관세를 부과했고 당시 EU는 주류를 포함한 미국산 제품에 25%의 관세로 보복했다. 양국은 협상 끝에 2022년 바이든 행정부에서 관세를 철폐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유럽의 주류 보복관세는 특히 켄터키의 타격이 클 전망이다. 에릭 그레고리 켄터키주증류협회 회장은 "(EU의) 미국산 위스키에 대한 보복관세 부활은 켄터키 전역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켄터키는 세계 버번 위스키의 95%를 생산한다. 관세로 피해 보는 건 단순히 주류업체뿐만 아니라, 옥수수 농민, 운송업자, 증류소 직원, 배럴 제조업자, 바텐더, 서버 등 관련 산업 전반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앞서 EU는 전날(12일) 트럼프의 철강·알루미늄 수입품 25% 관세 부과에 대응해 버번 위스키를 포함해 280억 달러 (약 41조 원)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대해 4월부터 보복관세를 매기기로 했다.
미국산 주류는 유럽뿐만 아니라 캐나다 등 다른 관세분쟁국에서도 위기에 처해 있다. 잭 다니엘 등을 제조하는 브라운 포맨의 로슨 화이팅 CEO는 캐나다가 미국산 주류를 매장에서 철수시킨 데 대해 "관세보다 더 나쁜 조치"라며 "이는 매출을 아예 없애버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km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