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1) 이지예 객원기자 =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안을 둘러싼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극적인 합의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겉보기와 달리 항상 협상에 열려 있음을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과 우크라이나는 지난 11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고위급 회담을 열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30일 휴전안'을 전격 합의했다. 미국은 곧바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재개했다.
불과 10여일 전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백악관 정상회담에서 언성을 높이며 격렬히 충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회담이 파행되자마자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과 정보 공유를 끊어버렸다.
영국 BBC방송은 13일(현지시간) "미국과 우크라이나 외교관들이 관계를 개선하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제시할 수 있던 건 트럼프 대통령이 겉으론 허세를 부리고 모욕을 퍼부어도 항상 추가 협상에 열려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방송은 "사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거만함과 협박은 협상 과정에서 종종 필수적인 요소"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 전쟁에서도 같은 전략을 취하고 있다.
지난 10일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에 대응하는 캐나다의 대미 전기 관세에 발끈하며 캐나다산 철강·알루미늄은 관세를 두 배로 늘리겠다고 주장했다.
몇 시간 뒤 전기 관세를 추진하던 캐나다 온타리오주가 방침을 철회하겠다며 물러났고, 트럼프 대통령은 기다렸다는 듯 관세 두 배 인상 계획을 물렀다.
캐나다 등 무역국들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추가 관세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지만 "그의 '공격적인 스타일'이 몇 시간 만에 결과를 낳았다"고 BBC방송은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이 얼마나 유효할지는 지켜봐야 한다. 공개적인 위협을 한 뒤 양보를 얻어내는 치고 빠지기식 무역 전쟁을 벌이는 사이 미국 주식시장에선 수조 달러가 증발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역시 30일 휴전안을 마련하긴 했지만 러시아의 수용 여부는 불투명하다. 우크라이나와 미국의 광물 협정(미국이 전쟁 재건 과정에서 우크라이나 광물 통제권 보유) 에 관한 합의도 아직 없다.
BBC방송은 "같은 각본이 과연 먹힐 것인가, 아니면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협상 키트를 찾아야 할 것인가?"라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그의 줄타기가 성공하면 평화와 번영을 가져오겠지만 실패의 대가는 희생자들의 목숨"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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