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강민경 조소영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0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의사당에서 제47대 대통령으로 취임하며 다시 권좌에 오른다.
올해 취임식 행사는 당일 영하 13도까지 떨어지는 '북극 한파'가 예보되면서 미 의회 의사당(U.S. Capitol) 야외무대에서 내부 로툰다(중앙홀)로 취임식 사흘을 앞두고 급하게 변경됐다. 1985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이후 40년 만에 실내에서 치러지는 미국 대통령 취임식이다.
취임 선서 등 주요 행사가 직경 29m에 불과한 의사당 중앙홀을 중심으로 한 실내로 변경되면서 취임식 당일 의사당 일대를 찾는 군중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장소가 크게 협소해진 만큼 실내에는 선출직 공무원, 고위 인사, 유명 인사들로 참석대상이 간소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퍼레이드도 실내 공연으로 대체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통령 경호만큼은 삼엄하다. 비밀경호국(SS)은 30마일(약 48㎞)에 달하는 역대 최장 길이의 경호용 펜스를 치고 상공에는 감시용 드론을 띄운다.

미 의회 합동취임식준비위원회(JCCIC)에 따르면 트럼프의 취임식은 20일 낮 12시 워싱턴DC 의사당에서 열린다.
관례대로라면 트럼프는 전임자인 조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취임식장으로 이동한다. 이후 △취임 선서식 △취임사 △이임 대통령 배웅 △새 대통령 서명식 △축하 오찬 △축하 무도회 등의 순으로 전개된다.
취임 선서는 부통령 당선인인 J.D. 밴스가 먼저 한 다음 트럼프가 진행한다. 트럼프는 존 로버츠 연방대법원장 앞에서 오른손은 들고 왼손은 아내 멜라니아 트럼프가 든 성경 위에 둔 채 선서하게 된다.
선서문은 "본인은 미국 대통령직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엄숙히 맹세하며 미국 헌법을 최대한의 능력으로 보존·보호·수호할 것을 맹세한다"는 내용이다.
이후 트럼프의 두 번째 임기 첫 번째 연설인 취임사가 이어진다. 전임 대통령과 영부인에 대한 배웅이 뒤이어 진행된다. 1977년 제럴드 포드 대통령이 퇴임한 이래로 날씨만 좋다면 이는 헬리콥터(마린원)로 이뤄진다.
트럼프는 이후 의사당 상원 회의실 옆의 '대통령의 방(President's Room)'으로 이동해 대통령으로서 첫 공식 업무를 시작한다. 내각 후보 지명서와 각서, 포고문, 행정명령 등에 대한 서명이 진행된다.

오찬은 의사당에서 열리며 새 행정부를 위한 축배 등의 행사가 마련돼 있다.
트럼프와 밴스의 오찬 이후 일정은 불확실하다. 원래 군의 사열을 받은 다음, 펜실베이니아 애비뉴를 따라 백악관까지 퍼레이드를 진행하지만 이번에는 실내 공연으로 대체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캐피털 원 아레나'를 개방하고 대통령 취임 퍼레이드도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취임 선서 후 캐피털원에 있는 군중들과 함께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캐피털 원 아레나는 미국 프로농구 리그인 NBA의 워싱턴 위저즈와 북미 아이스하키 리그인 NHL의 워싱턴 캐피털스의 홈구장으로 수용인원은 약 2만 명이다.
트럼프는 아울러 취임식 전날(19일) 오후 2시부터 캐피털 원 아레나에서 열리는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승리 집회'와 취임식 당일 저녁에 열리는 3개 취임식 무도회도 모두 동일하게 진행된다고 알렸다.
트럼프 당선인이 캐피털 원 아레나에서 '취임 퍼레이드'가 진행된다고 밝힌 것은 취임식 이후에 의사당과 백악관을 연결하는 펜실베이니아 에비뉴를 따라 진행될 예정인 야외 퍼레이드가 사실상 취소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은 보도했다.
컨트리 가수이자 아메리칸 아이돌 우승자인 캐리 언더우드가 취임 축하 공연자로 나서 '아메리카 더 뷰티풀'(아름다운 미국)을 부른다.
트럼프는 '총사령관 무도회'와 '자유의 취임식 무도회', '스타라이트 무도회' 등 무도회 3곳에 참석해 연설할 예정이다.

이번 취임식에는 외국 지도자들을 취임식에 초청한 점이 눈에 띈다. 지금까지 미 대통령 취임식에는 외국 정상을 초청하지 않는 게 관례였다. 대통령 취임식은 국내 사안이라는 관점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트럼프는 자신과 성향이 비슷한 해외 지도자들을 대거 초청했다. 그 결과, 극우 성향의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남미 트럼프'로 불리는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자리한다.
독일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티노 츠루팔라 공동대표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참석 계획을 알렸으며, 영국 극우 정당 영국개혁당 대표인 나이절 패라지 또한 참석하기로 했다.
쿠데타 모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브라질의 트럼프'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전 대통령도 참석을 희망했으나 대법원으로부터 출국 허가를 받지 못했다. '동유럽의 트럼프'로 불리는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는 초청은 받았지만 불참한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중도 성향의 주류 지도자들은 초청을 받지 못하는 등 불참한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주요 미국 동맹국인 인도와 호주, 일본에서는 각각 수브라마냠 자이샹카르 외무장관, 페니 웡 외교장관, 이와야 다케시 외무상이 참석하기로 했다.
한국에서는 관례에 따라 조현동 주미대사가 참석한다. 앞서 외교부에서는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트럼프 취임식 초청을 별도로 받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언 여파가 이어지고 있는 점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이례적으로 한정 국가부주석을 특사로 파견한다. 중국이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 고위급 대표를 파견하는 것은 향후 미중 간 마찰을 줄이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그간 미국 대통령 취임식엔 주미 중국 대사가 참석해 왔다.
한정 부주석은 이번 방미 기간 트럼프 인수팀과 회담할 가능성도 높게 점쳐진다.

트럼프의 두 번째 취임식에는 기업들의 기부금이 쇄도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취임준비위원회와 슈퍼팩(정치자금모금단체), 시민단체 501(C)등에 최대 2억5000만 달러(약 3636억 원)의 기부금이 흘러 들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취임위원회에 기부된 자금의 대부분은 정보기술·자동차·은행·의료·화석연료 산업의 유명 기업에서 나온 기부금이다. 미국 5대 빅테크 기업들은 각각 최소 100만 달러(약 14억5000만 원)를 기부했고 우버와 오픈AI 등도 이에 동참했다.
이 밖에도 거대 자동차 기업인 현대차·토요타·포드·제너럴모터스(GM), 거대 제약회사 화이자 원격 의료기업인 힘스앤드허스, 세무 서비스기업 인튜이트 등도 각각 100만 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지난 2021년 1월 6일 발생한 의사당 폭동 사태 때만 해도 미국 기업 대부분은 트럼프와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으나, 그의 대선 승리 이후 태도를 바꿨다.
트럼프가 중죄로 유죄 판결을 받았고 의사당 폭동 가담자들에 대한 사면 또한 예고했음에도 트럼프를 '공개 지지'하는 기업들의 행보는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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