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본토파로 일낸 딥시크…美제재가 키운 기적이냐 눈속임이냐

딥시크, V3 모델에 엔비디아 중국향 저사양 칩 H800 단 2000여개만 사용
규제 우회해 고성능 칩 사용했을 수도…"알려진 비용보다 더 많이 들었을 것"

중국의 AI 업체 딥시크와 월가에 AI 열풍을 일으킨 챗GPT를 합성한 시각물. ⓒ 로이터=뉴스1 ⓒ News1 박형기 기자
중국의 AI 업체 딥시크와 월가에 AI 열풍을 일으킨 챗GPT를 합성한 시각물. ⓒ 로이터=뉴스1 ⓒ News1 박형기 기자

(베이징=뉴스1) 정은지 특파원 = 중국 인공지능(AI) '딥시크'가 돌풍을 일으키면서, 중국이 어떻게 미국의 강력한 제재망을 뚫고 저비용·고성능의 AI를 개발할 수 있었는지에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대중국 첨단 반도체 규제가 오히려 중국의 혁신을 가속화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31일 미국 블룸버그, 중국 관찰자망 등 주요 외신을 종합하면 딥시크는 지난달 20일 최신 AI 모델 딥시크-R1을 공개했다. 딥시크의 출현은 미국 빅테크 주도의 AI 시장에 큰 충격을 가져다 줬다. 미국이 대중국 반도체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설립 2년도 채 안된 신생 스타트업 기업이 오픈AI의 챗GPT에 견줄 만한 수준의 AI를 개발해 냈기 때문이다.

딥시크-R1 모델에 탑재된 반도체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R1 이전 모델인 딥시크-V3에는 엔비디아의 H800 반도체 2048개가 사용됐으며, 6710억 매개변수 모델의 훈련을 완료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하고 있다. 여기에 투입된 비용은 단 560만달러 수준에 불과하다.

H800은 엔비디아의 중국 기업 전용 반도체로 H100 대비 학습 모델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다. 미국의 반도체 제재를 받고 있는 입장에서 중국 기업이 정식 경로로 H100을 들여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중국산 AI 반도체인 화웨이의 '어센드'가 딥시크 R1에 대규모로 투입됐다는 추측도 나온다. 어센드는 중국 반도체 기술 자립의 상징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딥시크 주요 개발자 대부분이 중국 내에서 공부한 '본토' 출신이라는 점도 특징이다. 딥시크 창업자인 량원펑은 저장대학교를 졸업해 동대학에서 대학원을 수료했다. 딥시크의 V1과 V2 등 초기 모델 주요 개발자인 가오화줘, 정왕딩, 샤오즈훙, 저우치하오, 왕빙쉬안, 자오청강 등도 대부분 베이징대와 칭화대를 졸업한 것으로 알려진다. 대부분 국가 주도로 대학교 내에 설립된 AI 연구소에서 주요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중국 입장에선 미국의 대중국 첨단 반도체 제재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중국 출신의 개발자들로 챗GPT와 겨룰 AI를 개발했다는 점에 상당히 고무된 분위기다.

다만 일각에선 저사양 반도체로 고성능 AI 개발을 했다는 점을 불신하는 분위기도 나온다. 미국 AI 기업인 앤트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 CEO는 "딥시크의 AI 반도체 상당수가 금지돼야 함에도 금지되지 않은 것들로 보인다"며 밀수된 고성능 AI 반도체가 투입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실제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 이후 밀수 등을 방법으로 중국으로 우회적으로 유입되고 있다는 의혹은 공공연한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여기에 딥시크가 AI 개발에 투입한 비용이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더 클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딥시크의 모태가 된 '환팡량화(하이-플라리어)' 때부터 반도체 투자에 대규모 자본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실제 환팡량화는 AI 기술을 투자 분야에 본격적으로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회사는 국가 첨단 기술기업으로 분류돼 정부의 전폭적 지원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 때 딥시크 창업자인 량원펑은 중국에서 이례적으로 엔비디아의 A100를 대량으로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다.

딥시크의 출현에 미국은 대중 반도체 규제 강화를 시사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엔비디아의 중국향 AI 반도체 H20까지 수출 통제 범위가 확대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H20는 대중국 수출 통제에 따라 저사양으로 개발해 출시된 제품이다.

오히려 미국의 규제가 중국의 혁신을 앞당겼다는 분석도 있다. 안젤라 장 미국 남가주대 교수는 현지 언론에 "지난해 중반부터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 등 중국 기술 회사들이 노력한 결과 미국과의 격차를 점점 줄이며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며 "효율적 성과는 우연이 아니며 미국의 대중국 첨단 반도체 규제가 의도치 않게 중국의 혁신을 자극했다"고 진단했다.

ejju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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