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경민 기자 = 이스라엘 군이 가자지구의 주거 지역을 파괴하고 농지를 밀어 사실상 '살상 지대(kill zone)'를 조성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7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인권 단체의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했다.
2023년 말부터 2024년 초까지 가자지구에 주둔했던 병사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작성된 보고서에 따르면 이스라엘 군은 2024년 12월 기준 가자지구 안에 최대 1500m에 걸쳐 완충지대를 설정했다. 현재도 완충지대를 계속 넓히고 있다.
이스라엘 군은 불도저, 중장비, 지뢰·폭발물을 동원해 주거지를 포함해 건물 약 3500채를 파괴해 완충지대를 만들었다. 여기엔 대형 코카콜라 제조 공장과 제약회사가 있었던 산업 지대도 있었다.
이 밖에 올리브 나무밭, 가지밭, 콜리플라워밭 같은 농지의 35%도 훼손됐다.
공병부대 병사는 "내가 보기엔 파괴 규모는 정당화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며 "지나친 대응"이라고 지적했다. 한 병사는 보고서에서 해당 지역이 마치 "히로시마 같았다"고 묘사했다. 다른 병사는 "거대한 공장 지대가 있었는데 지금은 콘크리트 파편 더미만 남았다"고 회상했다.
이스라엘 군은 표면적으로는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시작된 가자지구 전쟁이 재발하는 걸 막으려는 조치라고 주장한다. 당시 하마스는 300m 너비였던 완충지대를 넘어 이스라엘 국경을 침투해 약 1200명을 살해하고 251명을 인질로 잡았다.
하지만 보고서는 이스라엘 군이 파괴한 건물 대다수는 하마스와 관련이 없었다고 짚었다.
심지어 이스라엘 군은 팔레스타인 민간인은 완충지대에 진입할 수 없도록 정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한 병사는 "일반적으로 완충지대에서 발견된 성인 남성은 사살됐다"며 여성이나 아동은 경고 사격이 있었지만 "대부분의 침입자는 성인 남성이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 군의 한 장교는 "완충지대는 곧 살상지대"라며 "우리도, 그들도(하마스도) 조망할 수 있는 지역"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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