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임 어렵대도 파월 위협 점입가경…트럼프, 침체 희생양 골랐다

"즉시 금리인하 안하면 미국 경제 둔화할 수도" 경고…백악관도 나서 해임 위협
관세정책 부작용 책임 떠넘길 '적'으로 삼은 듯…"달러 약세·신뢰 훼손" 대가 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17년 11월 2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지명자를 소개하고 있다. 2024.12.09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17년 11월 2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지명자를 소개하고 있다. 2024.12.09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을 관세에 따른 경기 침체의 희생양으로 골랐다.

관세로 인한 고물가, 저성장 압박을 파월 의장 탓으로 돌리며 천재적인 출구전략을 짜기 시작한 분위기다.

하지만 트럼프의 전략은 세계 자본시장의 근간인 달러와 미국 금융시스템 전반을 흔드는 자충수가 될 위험이 크다.

트럼프 "파월은 중대한 패배자…금리 안 내리면 침체"

21일(현지시간) 트럼프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파월 의장을 '중대 패배자(major loser)'라고 부르며 금리를 즉시 인하하지 않으면 미국 경제가 둔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발언에 앞서 백악관의 국가경제위원회 케빈 해셋 위원장은 파월 의장을 2026년 5월 임기 만료 이전에 해임할 수 있는 방법을 검토 중이라는 발언까지 흘렸다.

파월 의장의 임기는 1년 넘게 남았고 정치적 독립성이 중요한 연준 의장을 법적으로 해임하기 매우 힘든 상황에도 트럼프의 위협 수위는 높아졌다.

트럼프의 파월 위협을 논리적이고 이성적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파월은 트럼프가 처음 미국 대통령직을 수행하던 2018년 자신의 손으로 직접 임명한 인물이고, 시장이 연준 흔들기를 극도로 무서워한다는 점을 충분히 인지할 것이라고 가정한다면 더욱 그렇다.

"'파월 악마화'로 천재적 여론조작"

해임이 사실상 불가능한 파월을 트럼프가 계속해서 위협하는 진짜 이유는 뭘까.

경제전문매체 마켓워치의 칼럼니스트는 "천재적" 여론조작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맥킨지 애널리스트 출신인 브렛 아렌즈는 마켓워치 오피니언에서 "트럼프가 여론조작과 선전에 있어서는 절대적 천재"라며 "모든 포퓰리스트는 분명한 적이 필요하고 트럼프는 자신의 적을 파월로 잡았다"고 말했다.

미국 경제와 시장에 벌어지는 모든 나쁜 일은 트럼프의 관세 때문이 아니라 연준과 파월의 잘못이라는 논리를 세웠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파월이 "항상 너무 늦다"며 "중대 실패자"라는 프레임을 씌우고 미국 경제를 죽이고 있다고 악마화했다.

또 파월 때리기로 인한 시장 공포로 실현된 달러 약세는 트럼프 입장에서 관세의 효과와 맥을 같이 할 수도 있다. 달러 약세로 수입품 가격은 좀 오르겠지만 이 때문에 미국산 제품을 찾게 되고 미국이 해외에 수출하는 제품의 경쟁력은 더 높아진다는 게 트럼프 정책의 논리구조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왜 하필 파월일까. 2기 행정부 내부의 인물들은 지금 자신이 임명했기 때문에 비난할 수 없고 자신이 속한 공화당이 장악한 의회도 탓할 수 없다. 대법원도 보수 성향으로 기울었기 때문에 비난할 수 없다. 이제 막 시작한 무역전쟁에서 외국을 탓하면 약해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외국 정상 탓을 할 수도 없다.

본문 이미지 - ⓒ News1 DB
ⓒ News1 DB
"트럼프, 언제나 비난할 적이 필요"

하지만 트럼프가 정말 파월을 해고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아렌즈 칼럼니스트는 예상했다. 먼저 트럼프 경제팀이 파월 해임을 연구하고 있다는 것조차 선전의 일환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실제 트럼프가 '미국 해방의 날'이라고 명명한 4월 2일 상호관세 규모처럼 정말 숨기고 싶은 경우에는 어떠한 정보도 유출되지 않았다.

또 트럼프가 파월 해임을 시도한다면 의회가 나설 가능성이 높고 강력한 법적 보호를 받고 있기 때문에 트럼프에게 좋은 결론이 나올 가능성은 희박하다.

게다가 포퓰리스트 트럼프는 항상 책임을 전가하고 비난할 적이 필요하다고 아렌즈 칼럼니스트는 지적했다. 파월을 대신할 그림자 혹은 꼭두각시를 후임으로 임명할 경우 더 이상 경제적 혼란에 대해 비난할 대상이 없어진다는 얘기다.

세계금융 근간 달러 훼손, 비용 너무 크다

트럼프의 선전전은 세계 금융시스템의 근간인 미국 달러와 연준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고 있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트럼프의 파월 위협으로 미국 금융시장은 개발도상국, 신흥국처럼 움직이며 주식, 통화, 채권 모두 떨어져 '트리플 약세'다.

달러는 올해 9% 떨어졌는데 4월 들어서만 6% 가까이 추락했다. 트럼프가 명명한 4월 2일 해방의 날 이후 불확실성과 혼란이 더욱 심화한 것이다.

올해 달러 하락으로 지난해 상승분은 모두 증발했다. 미국의 예외주의에 힘입어 월가에 쓰나미처럼 쏟아졌던 수조 달러가 사실상 순식간에 사라졌다.

트럼프의 경제 목표는 기존의 세계 경제 구조까지 다시 짜는 것조차 포함한다는 점에서 트럼프가 파월 해임도 불사할 수도 있다. 중앙은행에 대한 정치 간섭을 강화하고 달러에 대한 세계의 믿음을 무너 뜨리면 세계 경제의 판이 바뀔 수 있지만 지불해야 할 대가는 너무 크다.

에릭 로젠그렌 전 보스턴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월요일 소셜 미디어 플랫폼 X에 올린 글에서 "연준의 독립성을 위협하는 것은 미국을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덜 매력적으로 만들 뿐"이라고 말했다.

본문 이미지 -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16일(현지시간)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시카고 경제클럽에 참석해 가진 연설서 “관세는 적어도 일시적인 인플레이션 상승을 유발할 가능성이 매우 높고 더 오래 지속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2025.04.17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16일(현지시간)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시카고 경제클럽에 참석해 가진 연설서 “관세는 적어도 일시적인 인플레이션 상승을 유발할 가능성이 매우 높고 더 오래 지속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2025.04.17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shinkirim@news1.kr

대표이사/발행인 : 이영섭

|

편집인 : 채원배

|

편집국장 : 김기성

|

주소 : 서울시 종로구 종로 47 (공평동,SC빌딩17층)

|

사업자등록번호 : 101-86-62870

|

고충처리인 : 김성환

|

청소년보호책임자 : 안병길

|

통신판매업신고 : 서울종로 0676호

|

등록일 : 2011. 05. 26

|

제호 : 뉴스1코리아(읽기: 뉴스원코리아)

|

대표 전화 : 02-397-7000

|

대표 이메일 : webmaster@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사용 및 재배포, AI학습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