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중국의 저비용 고효율 인공지능(AI)인 딥시크가 등장하면서 미래 전력수요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국, 일본처럼 에너지 자립도가 낮은 경제국들은 AI 에너지 수요 예측에서 딥시크를 새로운 변수로 검토해야 할 필요성이 커질 수 있다.
로이터는 31일 "자원이 빈약한 일본이 AI 에너지 급증에 대비 중으로, 딥시크의 등장은 일본의 에너지 대비 태세에 판도를 바꿨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AI 기술 확장은 전력수요 급증으로 이어져 전력생산 업체들의 주가도 날개를 달았다. 하지만 에너지 효율은 높고 비용은 낮은 딥시크가 나타나면서 전력주는 타격을 입었다.
도쿄 재생에너지연구소 소장인 미카 오바야시는 딥시크의 등장이 AI가 더 효율적이고 적은 전력이 필요할 수 있다는 "명확한 징후"라고 로이터에 말했다.
그러나 딥시크가 성공하면 주로 미국 실리콘밸리의 거대 기술기업들이 지배하는 AI 부문의 진입장벽이 낮아질 수 있다. 그러면 수많은 새로운 AI 진입자들이 늘어나 더 막대한 전력수요를 촉진할 것으로 분석가들은 예상한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도쿄 소재 에너지 컨설팅업체 KK유리그룹의 유리 험버 최고경영자(CEO)는 "만약 AI 개발비용이 현재 예상보다 저렴해지면 AI 물결이 가속할 것이고 전력수요도 늘어날 것"이라고 로이터에 말했다.
딥시크가 당장 전력수요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전망하기는 쉽지 않다. 매출 기준으로 일본 최대 전력회사인 도쿄전력은 딥시크가 전력수요에 미칠 잠재적 영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지만 아직 그 전체적인 영향을 평가하지는 못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또 일본에서 장기 에너지 계획을 감독하는 경제산업성이 딥시크가 전력수요 전망에 미칠 영향을 반영하기 위한 작업에 들어간 것은 아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고위 일본 정부 관리는 지난해 12월 딥시크에 대한 브리핑을 받았고, 인상적이었지만 딥시크 기술이 기존 시스템을 발전시킨 것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이 관리는 로이터에 시장이 과잉 반응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딥시크 모델이 미래에 AI 에너지 수요를 어느 정도 증가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그러나 분석가들은 각국이 에너지 계획을 서둘러 변경하기 전에 해당 기술에 대한 엄격한 스트레스 테스트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릿쿄대학의 앤드류 드윗 경제정책학부 교수는 일본이 과거 기술에 대한 에너지 준비에 실패한 경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980년대 후반 거품 경제가 터지기 직전 일본은 반도체 분야의 선두였고 이에 따라 전력 시스템을 구축했다. 하지만 거품이 터지며 1990년대 전력수요는 예상만큼 발생하지 않았다.
드윗 교수는 "일본은 과거 고통스러운 교훈을 얻었고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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