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복귀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몸을 낮췄고 우려했던 즉각적 무역전쟁 위험도 다소 후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려와 달리 취임 직후 관세 부과를 보류하며 중국 소유의 짧은 동영상 플랫폼 '틱톡'의 소유권과 관세를 연계하는 '거래' 의사도 내비쳤다.
시 주석은 트럼프의 첫 대선 승리 직후였던 2017년 초 스위스 휴양도시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 연례총회(다보스포럼)에 직접 참석해 트럼프의 보호무역에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2025 다보스포럼에서는 직접 참석하는 대신 부총리를 보내 유화적 제스처를 취했다.
올해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중국 최고위급인 딩쉐샹 부총리는 8년 전 시 주석의 강경한 언사와 대조적으로 미국산 수입을 확대할 것이라고 시사했다.
딩 부총리는 중국이 "무역 흑자를 추구하지 않는다"며 "균형 잡힌 무역을 촉진하기 위해 더 경쟁력 있는 양질의 제품과 서비스를 수입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딩 부총리는 특정 국가명을 밝히지 않았지만 세계 최대 경제국 미국을 염두에 두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블룸버그 통신은 "미국이 당장 관세를 부과하지 않았고 중국은 더 많은 상품을 수입할 것을 맹세했다"며 딩 부총리의 발언을 "화해적" 어조라고 평가했다.
이번 다보스포럼에서 몸을 낮춘 것 같은 딩 부총리만큼이나 중국 정부와 기업들도 눈에 띄게 부재했다. 중국 쑤저우 듀크 쿤산 대학의 존 퀠치 부총장은 "(미국) 선거 결과를 예단할 수 없었기 때문에 중국이 핵심적 역할을 적게 하려는 것"이라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올해 다보스포럼의 패널에서 중국 정부와 기업의 입지가 약해졌다고 퀠치 부총장은 설명했다.
중국의 존재감은 부각되지 않았지만 중국 정부의 소프트파워 공세는 계속됐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다보스포럼의 한 참석자는 블룸버그에 "중국 민간 기업과 글로벌 기업 사이 막후 접촉이 활발하게 이뤄졌다"고 말했다.
중국의 저자세는 트럼프의 유화적 제스처와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졌다.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공식 복귀한 20일 첫날부터 중국 제품에 최대 60%라는 관세를 부과할 만일의 위험에 중국 정부는 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우려와 달리 트럼프는 즉각적 관세 부과 대신 2월 1일이라는 시간표를 제시했다. 트럼프는 중국이 마약 펜타닐이 미국으로 더 유입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2월 1일 관세 10%를 더 부과하겠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대중국 관세는 미국의 주변 동맹국 멕시코와 캐나다에 위협한 25%보다는 약한 것이다. 또 트럼프는 틱톡의 소유권과 관세를 연계하는 잠재적인 거래를 시사했다.

트럼프는 첫번째 임기 당시 틱톡을 금지하려고 했지만 두번째 임기에서는 틱톡 금지법을 75일 동안 유예하는 명령에 서명했다. 다만, 미국 법인이 틱톡의 절반을 인수하도록 중국이 허용하지 않으면 최대 100%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트럼프는 말했다.
트럼프는 특유의 돌출발언 성향에도 취임 이후 사흘 동안 행보를 보면 중국은 미국과의 2차 무역전쟁을 피하기 위한 협상이 가능하다는 희망을 품을 수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예상했다.
트럼프는 취임 첫날 즉각적 관세 대신 미국의 무역적자를 조사하고 적자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글로벌 추가관세와 같은 정책을 검토할 것을 관계 당국에 지시했고 관련 조사를 4월 1일까지 내놓을 것을 주문했다.
이제 관건은 양측이 어떤 종류의 거래를 받아들일지다. 미국과 중국이 협상을 타결할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낙관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고 상하이 푸단대학교 국제학연구소의 자오밍하오 교수는 FT에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와 시진핑이 서로에게 줄 수 있는 것이 잘 일치하는지 지켜봐야 한다고 그는 조언했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