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굵직 굵직한 경제 이슈들에 대한 입장을 단번에 바꿨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보도된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대선 후보 때와 완전히 상반된 입장을 표명했다. 중국은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는다고 했고 저금리 정책을 지지하며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을 재신임할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달러가 너무 강해 미국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발언은 양념이었다.
트럼프의 이번 발언은 그가 세금 개혁과 인프라 지출을 어떻게 추진할지의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다고 CNBC방송은 진단했다. 정책방향이 '미국의 연방부채 확대'라는 방향으로 전환 될 것이라는 게 CNBC의 판단이다.
그동안 미 의회는 재정 적자를 늘리지 않으면서도 법인세율을 20%로 낮추기 위해 이른바 '국경조정세' 카드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하지만 CNBC방송의 진단이 맞다면 트럼프의 감세안은 한국을 비롯한 대미 무역 흑자국들에 희소식이 될 수 있다.
다이앤 스웡크 DS이코노믹스 최고경영자(CEO)는 CNBC방송에 "트럼프의 대형 예산안이 조금이라도 실현되면 적자를 유발할 것이기 때문에 트럼프는 금리를 낮게 유지하는 것을 좋아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트루만, 존스, 닉슨처럼 저금리 지속을 원했던 역대 대통령들은 모두 막대한 인플레이션을 떠안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스웡크 CEO는 트럼프의 WSJ 인터뷰 내용에 대해 "흥미롭다"며 "행정부, 백악관, 의회가 서로 얼마나 다른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특히 트럼프가 옐런 연임 가능성을 시사한 것에 대해 스웡크 CEO는 "하원과 상원은 계속해서 옐런에 비해 좀 더 매파적인 인물이 연준에 있기를 원했다"고 설명했다.
워드 맥카시 제퍼리즈 수석 금융 이코노미스트는 "옐런에 대한 트럼프의 입장이 대선 후보 시절에 비해 크게 변했다"며 "트럼프는 이제 대통령이 됐고 경제가 잘 성장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저금리 정책이 그렇게 나쁜 것이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CNBC방송은 '트럼프가 부동산 개발업자였고 그의 제국을 확대하기 위해 부채를 자유롭게 썼다'고 평가했다. 방송에 따르면, 실제 트럼프는 과거 빚을 좋아 한다며 자신을 '부채 왕'(king of debt)라고 칭했다. 트럼프는 큰 규모의 인프라 패키지를 원한다고 CNBC방송은 지적했다.
하지만 부채를 통한 인프라 지출과 감세는 공화당 주도의 의회 전략과는 완전 다르다. 의회는 대미 수입에 20% 세금을 부과하는 국경세 도입을 원한다. 의회의 국경세는 트럼프의 달러약세 선호와 대치된다. 국경세가 도입되면 달러가 25%까지 오를 수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들은 예상한다. 그러면 미국 무역을 되살리겠다는 트럼프의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또 국경세로 달러가 크게 오르지 않으면 미국내 수입품 판매가격이 상승해 소비가 위축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아직 국경세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다. 다만, 트럼프는 국경세에 대해 너무 복잡하다는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또 이번 WSJ과 인터뷰에서도 그는 헬스케어 개혁이 세금개혁에 우선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오바마케어를 폐기하면 세금개혁을 위한 1조달러 이상의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 이는 10년 동안 국경세 적용으로 얻을 수 있는 돈에 맞먹는다고 CNBC방송은 지적했다.
하지만 트럼프의 헬스케어 개혁이 의회에서 쉽게 해결되지 않을 가능성은 여전하다. 지난달 이미 의회는 오바마케어를 폐기하는 트럼프케어 법안을 사실살 거부했다. 따라서 국경세를 도입하지 않을 트럼프의 의지도 아직은 관철되지 못할 가능성도 높다.
그러나 트럼프는 다른 모든 이슈들을 차치하고 무역에 매달릴 것으로 보인다. 맥카시 제퍼리스 이코노미스트는 "대통령 트럼프의 최대 목표는 무역이다"며 "그렇기 때문에 그가 너무 강한 달러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달러 강세는 미국의 무역 포지션을 훼손한다고 맥카시는 지적했다. 스웡크 CEO는 무역이 "트럼프 행정부의 세금 개혁과 인프라 지출"을 위한 재원을 마련하는 방안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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