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우영 기자 = 영국 내 1차 철강 생산 능력을 지닌 마지막 기업인 브리티시 스틸에 대한 긴급 운영 통제권이 13일(현지시간) 정부에 부여됐다. 영국 정부는 다음 조치로 국유화를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이날 BBC 등에 따르면, 브리티시 스틸에 대한 긴급 운영통제권을 산업통상부에 부여하는 철강산업법이 영국 의회를 통과한 데 이어 국왕의 재가를 받아 선포됐다.
산업통상부 장관은 공익에 부합한다고 판단될 경우 사용 중단되거나 중단 위기에 놓인 철강 자산을 통제하고, 고로를 계속 운영하기 위한 원자재를 주문할 권한을 갖게 됐다.
5년 전부터 브리티시 스틸을 운영해 온 중국의 징예그룹은 매일 70만 파운드(약 13억 원)의 손실을 보고 있다며 앞서 올 6월부터 마지막 용광로 2기와 제철 부문을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브리티시 스틸의 용광로 2기는 영국 내 남은 마지막 1차 철강 생산 시설이다.
1차 철강이란 재활용 소재 없이 철광석·코크스 등 원재료만으로 만들어낸 철강으로, 브리티시 스틸의 용광로가 폐쇄되면 영국은 주요 7개국(G7) 가운데 1차 철강을 생산해낼 수 없는 유일한 국가가 된다.
재활용 원료 활용을 위해서는 고로가 아닌 친환경 전기 아크로 등으로의 대대적인 산업 전환이 필요하다. 브리티시 스틸의 용광로가 폐쇄되면 영국은 한동안 철강 상당 부분을 해외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셈이다.
브리티시 스틸은 이미 글로벌 공급 과잉과 비용 증가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그러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철강에 25% 관세를 부과하자 피해가 커졌고, 징예 그룹은 결국 기존에 예정됐던 원자재 주문을 취소하며 용광로 폐쇄 움직임을 보였다.
이에 영국 정부는 국익 보호 차원에서 이번 법안을 발의, 키어 스타머 총리가 전날 직접 부활절 휴회 중이던 의회를 긴급 소집해 법안 처리에 나섰다. 휴회 중 토요일에 의회를 소집한 것은 1982년 포클랜드 전쟁 이후 처음이다.
영국 정부는 앞서 징예그룹과 친환경 전환 등 브리티시 스틸 구제 방안을 협의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한 바 있다.
스타머 총리는 전날 하원에서 법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된 뒤 브리티시 스틸 공장을 찾아 "이번 긴급 법안은 상당히 이례적인 조치가 맞다"면서도 "영국 철강 산업의 미래를 지키는 국가적 이익에 부합하는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조너선 레이놀즈 산업통상부 장관은 전날 의회를 찾아 "국유화를 검토 중"이라며 "현재 상황과 징예 그룹의 태도를 봤을 때 국유화가 가장 유력한 옵션"이라고 전했다. 영국 정부는 이달 내에 국유화를 위한 별도의 법안을 상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브리티시 스틸이 국유화되면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여러 은행에 대한 국유화 조치가 이뤄진 이후 최대 규모의 정부 구제 조치가 된다. 정부는 25억 파운드 규모의 철강 산업 지원 계획 발표를 앞두고 있다. 이번 고로 운영 유지를 위한 자금은 기존 예산에서 충당할 계획이다.
철강노조는 이번 법안에 환영 입장을 밝혔다.
alicemunr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