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신성철 정희진 기자 =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방위비 증액 요구로 경종을 울리면서 유럽 내에선 미국 의존도를 낮추고 자주국방을 실현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다. 그에 따라 늘어날 무기 수요를 한국 방산업체가 메울 수 있을지 기대감이 모인다.
3일(이하 현지 시각)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유럽 연합(EU)과 영국 지도자 27명은 벨기에 브뤼셀에 모여 트럼프 행정부의 방위비 증액 요구에 관해 논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군사 자금 지원을 멈춘 뒤 유럽에 맡길 것이라고 선언했다. 미국은 전 세계에서 우크라이나에 가장 많은 지원을 제공하는 국가다.
트럼프는 또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국가들이 연간 방위비 지출 목표치를 현행 국내총생산(GDP) 대비 3~3.5%에서 5%로 높여야 한다고 요구한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27개국 중 23개국이 나토 소속이다.
지난 2일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에 조만간 새로운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한 것도 미국이 이제 덜 신뢰할 수 있는 동맹이라는 경각심을 불어넣은 요인이다.

이날 비공개회의에선 공동 차입 등 군사 자금 조달 방안에 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 분석가들은 이 회의가 유럽이 러시아로부터 장기적 위협과 미국에 대한 군사적 의존도를 낮출 필요성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걸 나타낸다고 뉴욕타임스에 설명했다.
회의 이튿날인 4일 한국 방산업체들의 주가가 외인 구매로 줄줄이 오르는 현상도 나타났다.

개장 직후인 오전 9시 22분 기준, LIG넥스원은 외국인이 1만 5719주를 구매하며 전날보다 주가가 9.6% 상승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현대로템은 외인이 각각 3557주, 3만 3163주 구매해 4.5% 올랐다.
장 마감을 앞둔 오후 3시 10분까지 외인이 각각 LIG넥스원 5만 6408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2만 3759주, 현대로템 31만주 사들이며 이 같은 추세는 이어졌다.
유럽은 현재 첨단부터 재래식 무기까지 모든 자산이 부족하고, 관련 산업도 쇠퇴한 상태다.
관료와 군사 분석가들은 유럽이 방공 체계와 장거리 정밀 미사일, 위성, 급유기 등 고가치 자산이 모자라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또 장기전을 치를 수 있을 만큼 충분한 탄약과 탱크, 포, 미사일 등을 생산할 방위 산업 역량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외인 구매로 주가가 상승한 국내 방산업체들은 지대지 탄도미사일인 현무 시리즈와 장거리 지대공 미사일 L-SAM,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 천궁-II, K9 자주포, 155mm 포탄, K2 흑표 전차 등을 판매할 수 있는 기업들이다.
가격 경쟁력, 빠른 생산력을 갖춰 나토 국가인 폴란드에서 K9 자주포, K2 흑표 전차 등을 대거 구매한 전례가 있다.
무엇보다 유럽 국가들이 중요시하는 기존 무기 체계와 상호운용성도 갖췄다.
실제 나토는 지난해 7월 방위산업 역량과 생산 확대에 힘쓰기로 합의하고 나토 소속이 아닌 한국을 파트너국으로 포함하기도 했다.
ssc@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