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파르타(터키)=뉴스1) 윤슬빈 여행전문기자 = 장미의 꽃말은 '열정'과 '사랑'이다. 얼마 전 성년의 날 성인이 된 이에게 장미를 선물한 이유도 바로 이 꽃말에 담긴 뜻 때문이다.
물론, 꽃말을 알지 못해도 장미는 매혹적인 꽃임에 틀림이 없다. 사랑을 고백할 때뿐 아니라, 뜬금없이 꽃 한 송이를 건네더라도 그 순간을 특별한 날로 바꿔주는 매력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터키 이스파르타(Isparta)의 5월은 매일이 특별하다. 이스파르타는 '장미의 도시'로 잘 알려진 곳으로, 장미 개화 때 즈음 장미의 황홀함에 흠뻑 빠질 장미 축제와 세계 최초의 장미 박람회가 열린다.

◇이런 장미 축제 또 없습니다터키의 국화는 '튤립'이다. 그러나 터키 사람들의 절반 가까이 국화를 '장미'로 알고 있다. 여자들의 이름에 '귤'(Gül)이란 단어를 많이 쓰는데, 터키어로 '장미'라는 뜻이다. 이처럼 터키 사람들의 장미 사랑은 남다르다.
이스파르타는 이러한 장미 사랑을 극대화해서 보여주는 도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장미 도시라는 수식어가 붙은 이유야 물론 있다. 피부 미용에 효능이 있다고 잘 알려진 '장미 오일'과 '장미 수'를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생산하는 지역이다.
도시 조경은 장미 없이는 불가능 할 정도다. 가로등 모양도, 버스에 그려진 그림도, 대부분의 상점 역시 향수, 화장품, 생활용품, 옷 등 장미와 연관된 것들이다.

그리고 또 하나, 5월이면 도시 전체에 분홍빛 축제가 펼쳐진다.
매년 5월20일 장미와 연관된 소소한 마을 행사가 펼쳐지는데, 올해부턴 그 모습이 달라졌다. 국제 축제로 명명되면서 그야말로 도시 전체가 들썩이게 된 것. 날씨가 따뜻해진 탓에 이른 개화로 올해는 11일에 개최됐지만, 축제 자체는 성공적이었다. 축제 기간은 5일간이다.
축제의 주인공은 시민들이다. 아니 참여하고자 하면 누구나 그렇다. 시청 광장에 모여 장미 또는 분홍색으로 치장을 한 시민들이 행렬을 나설 준비를 한다. 성별이나 나이는 제한되지 않는다.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모두 들떠있다.

대기하는 참가자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축제에 대한 기대감을 상승시킨다. 화려한 드레스와 턱시도를 입은 신부와 신랑들 뒤로 어린이 커플 그룹이 보이고, 또 이스파르타 이주민들의 전통 복장들을 구경할 수 있다.
이주민들의 국가는 다양하다. 올해 행사엔 불가리아,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 키프로스 등을 대표하는 이주민들이 마치 시간 여행자인 듯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통복장을 하고 나타났다. 시민들은 이들과의 기념 촬영 삼매경에 빠지곤 했다.

◇축제의 주인은 '지금을 즐기는 모든 사람'
본격적인 행렬을 앞두고 시청 앞에서 민주 광장까지 도로는 차량이 전면 통제된다. 북 장단과 시끌벅적한 노랫소리와 함께 행렬이 시작되고, 참가자 외에 시민들은 각 행렬 그룹 뒤에 자유롭게 붙거나 아니면 도롯가에서 이들을 지켜본다.
행렬 옆으로는 천막과 가판대들이 줄지어 서 있다. 시민들이 직접 만든 장미와 관련된 수공예품을 들고나온 것이다. 행렬 중간에 멈춰서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장미오일이나 장미 수(水) 등 화장품은 이곳에선 판매되지 않고, 이스파르타 장미 박람회장에서 다양한 브랜드로 만나볼 수 있다. 또는 길거리 상점들도 둘러보자. 모든 제품의 가격이 말도 안 되게 저렴하다.

장미와 화장품 외에 꼭 사야할 기념품이 있다면, 터키쉬 딜라이트(turkish delight) 또는 로쿰이다. 세계적으로 명성을 끈 터키식 디저트로 옥수수 전분과 설탕을 주재료로 만들며 단맛이 강렬하다. 어느 지역에서나 맛볼 수 있지만, 특히 이스파르타 딜라이트는 남다르다. 쫀득한 젤리(?) 위에 말린 장미꽃잎이 덮여져 여러 번 씹으면 입 안 가득 장미향이 퍼진다.

무엇보다 축제에 더 깊이 녹아들고자 하면 장미꽃잎을 준비하자. 꽃 바구니를 들고 어슬렁 거리면 어느새 옆으로 '꽃잎을 가져가도 되냐'고 말을 걸며 시민들이 다가온다. 이들은 꽃잎을 가져다가 서로의 몸에 뿌리며 행운을 빌어준다.
꽃잎은 누구에게나 뿌려도 좋다. 만약 옆에 함께 걷는 이스파르타 시민에게 뿌려주고 싶다면 "메르하바" 인사를 건넨 후 제스처를 취해보자. 분명 양팔을 벌리고 꽃잎을 맞을 준비를 해줄 것이다.
△이스파르타로 가려면
이스탄불에서 이스파르타까지 육로로 이동하면 5시간 이상 소요된다. 시간을 단축시키려면 비행기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터키항공은 '이스탄불~이스파르타' 노선을 매일 1회 운항한다. 소요 시간은 1시간 10분. 안탈리아를 거쳐 가는 것도 방법이다. 안탈리아 공항에서 이스파르타까진 버스로 1시간 반가량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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