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남자 프로배구 대한항공이 정규리그 막바지 '소방수'로 영입한 '서브 장인' 카일 러셀(32)의 영점이 잡혀가는 모양새다. 러셀의 서브가 불을 뿜는다면 대한항공의 '리버스 스윕'(3전2승제의 남자배구 PO에서 1차전을 내주고 2차,3차전을 내리 이겨 승부를 뒤집는 것) 가능성은 한층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대한항공은 지난 28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4-25 V리그 남자부 플레이오프(3전 2선승제) 2차전에서 KB손해보험에 세트스코어 3-0(25-18 25-22 25-22)으로 이겼다.
1차전 패배를 설욕한 대한항공은 30일 열리는 최종 3차전에서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노린다.
2차전 승리의 주역은 러셀이었다. 러셀은 이날 22점에 공격 성공률 61.54%의 높은 효율을 자랑했다. 후위 공격 5개, 서브 득점 4개, 블로킹 2개로 '트리플 크라운'에 가까운 활약상이었다.
특히 돋보인 건 역시나 서브였다. 러셀은 2세트와 3세트에 각각 2개씩의 서브 에이스를 폭발하며 KB손보 리시브를 무너뜨렸다.
서브 에이스가 나오지 않아도 상대 리시브가 크게 흔들리면서 공격이 단조로워졌고, 대한항공이 상대 공격을 저지하는 것이 한결 수월할 수밖에 없었다.
러셀은 2020-21시즌 한국전력, 2021-22시즌 삼성화재에서 뛸 때도 강력한 서브를 주무기로 삼았다. 특히 삼성화재 시절엔 28경기 연속 서브 에이스, 8연속 서브 에이스 기록도 세웠다.

대한항공에 온 뒤론 기대만큼의 모습은 보이지 못했는데,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영점'이 제대로 잡힌 듯했다.
이날 경기엔 러셀의 한국인 아내 이유하씨가 경기장을 찾아 응원하기도 했다.
러셀은 "홈에서 팬들의 응원을 받으며 경기해서 그런지 더 많은 도움이 된 것 같다"면서 "서브뿐 아니라 공격에서도 리듬이 좋아졌고 호흡이 맞아가는 것 같다"며 만족스러워했다.
한전과 삼성화재 시절엔 팀 전력이 약해 '봄 배구'를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러셀은, 대한항공에서 처음 치르는 플레이오프가 흥분된다고 했다.
그는 "아주 흥미진진하다. 언제나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면서 "내가 큰 경기에서도 잘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믿고, 이런 순간을 즐기려 노력한다"고 했다.

벼랑 끝에서 탈출한 대한항공은 '영점'을 잡은 러셀과 함께 V리그 플레이오프 사상 3번째 리버스 스윕에 도전한다.
지난 시즌까지 총 19차례 열린 남자부 플레이오프에서 1차전을 패한 팀이 2, 3차전을 내리 이긴 경우는 단 2차례뿐이었다.
2007-08시즌 현대캐피탈(대한항공 상대), 2017-18시즌 대한항공(삼성화재 상대)이었는데, 대한항공은 7년 전의 기억을 되살리겠다는 각오다. 당시 대한항공은 플레이오프 리버스 스윕 후 챔프전에서도 정규리그 1위 현대캐피탈을 격침하고 우승한 바 있다.
러셀은 "3차전은 원정 경기인데, 오늘 그랬듯 우리 팬들이 많이 와서 열띤 응원을 펼쳐주시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starburyn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