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이 고등학교 운동장을 찾아 한국 축구 미래를 이끌어갈 유망주들의 경기를 지켜봤다. 대표팀 일정에 다소 여유가 있을 때, 풀뿌리 축구 현장을 살피고 지도자와 관계자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함이었다.
홍 감독은 4일 오후 서울 장훈고등학교에서 열리는 '2025 전반기 전국 고등축구리그' 서울 장훈고와 서울 동북고의 경기를 현장에서 지켜봤다. 이 자리에는 박건하 수석코치, 김진규 코치, 양영민 GK코치 등 대표팀 코칭스태프들도 함께 했다.
1~2월 유럽 각국을 누비며 손흥민(토트넘), 이강인(파리생제르맹),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등 대표팀 주축들과 배준호(스토크시티) 오현규(헹크), 양현준(셀틱) 등 젊은 피까지 두루 파악했던 홍 감독은 3월 A매치(20일 오만, 25일 요르단)까지 바쁜 시간을 보냈다.
다음 대표팀 경기 일정이 6월이라 시간적 여유가 생긴 홍 감독은 부임 때 약속한 '한국축구기술철학(MIK·Made In Korea) 연계'의 일환으로 엘리트 선수들의 저변을 파악하고 현장의 애로사항도 청취하기 위해 고등리그 경기장을 직접 찾았다.
연령별 대표팀 감독과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 등을 경험한 홍 감독은 장기적 관점에서 한국 축구 방향성과 체계 확립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적극적인 유소년 발굴이 한국 축구 발전, 대표팀 발전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몸소 체험한 그는 취임 일성부터 연령별 지도자들과의 연계를 강조해왔고 지난해 여름 연령별 대표팀 감독과 축구협회 전임지도자, 전임강사 등 30여 명과 워크숍을 갖는 등 실천에 옮기고 있다. 이번 고등리그 현장 방문도 같은 맥락의 노력이다.
현장에서 만난 홍 감독은 "대표팀 일정에 여유가 있을 때 가능한 현장을 많이 찾으려 한다. 내일도 K리그 현장을 간다"면서 "K리그 현장이야 (대표팀에 선발할 수 있는 선수들을 살펴보는)일이지만 오늘은 다른 의미로 왔다. 가뜩이나 고등리그가 늦게 시작됐는데, 우리 지도자들과 아이들, 학부모님들께 작은 응원이라도 드리고 싶었다"고 전했다.

애초 초중고 축구리그는 3월초에 막을 올렸어야하지만 시작이 한참 밀렸다. 운영에 필요한 정부의 '예산'을 받지 못해서다. 초중고 리그는 문체부의 승인과 사업비 지원으로 진행되는데, 지난해 축구협회 감사 결과에 따른 후속 조치 미이행을 내세워 지원금 중단을 예고했고, 그 여파가 초중고 리그 파행으로 이어졌다.
어른들의 힘겨루기에 아이들이 희생된 것인데, 축구계 안팎의 규탄 목소리가 커지자 문체부는 지난달 18일에서야 초중고 리그와 저학년 리그 운영 등을 위한 보조금 18억6778만원을 교부했다. 책정한 전체 사업예산 약 43억 원의 절반도 되지 않는 금액이지만, 어쨌든 훈련만 하던 선수들이 비로소 필드를 누빌 수 있게 됐다.
홍 감독은 "초중고리그 개막이 평소보다 많이 늦은 걸로 알고 있다. 축구협회 (임원진 구성) 공백도 있었고 그러다 보니 잘 되지 않은 부분도 있었다"고 아쉬움을 전한 뒤 "협회의 관련 부서 직원들이 매끄럽게 대회가 운영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내가 어렸을 때는 다 토너먼트 대회뿐이었다. 4강에 오르지 못하면 대학 진학에 직격탄을 맞으니 많은 선수들에게 출전 기회가 돌아갈 수 없었다"면서 "그런 측면에서 여러 경기를 할 수 있는 리그제는 선수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많은 선수들이 많은 경기를 통해 경험을 쌓았으면 좋겠다"고 덕담했다.
그는 "오랜만에 고등학교 경기 현장을 찾으니 아주 기분 좋다. 지금 이 친구들이 한국 축구의 미래다. 생각해보면 이들과 유럽에 있는 배준호나 양민혁이 1~2살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면서 "당장은 아쉬운 부분들이 있지만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앞으로 얼마나 좋은 인성과 태도로 자라느냐에 따라 몇 년 후에는 서로의 격차가 많이 달라질 것"이라며 덕담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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