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뉴스1) 안영준 기자 = "믿고 응원해 주시면 실망시키지 않겠다"던 주장 손흥민의 다짐에 붉은악마가 응답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20일 오후 8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오만을 상대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7차전 홈 경기를 치른다.
이번 경기는 평소 A매치와 비교하면 팬들의 관심과 티켓 예매량이 다소 저조했다. 대한축구협회(KFA)를 향한 여전한 불만과 축구장 안팎의 어수선한 분위기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막상 경기 당일이 되자 현장 상황은 확 달라졌다. 붉은악마석인 레드존은 매진됐고 이외 좌석들도 판매가 급증했다.
KFA 관계자는 "현장 티켓 판매분이 제법 많다. 이 추세라면 약 3만5000명 정도의 관중이 예상된다"고 귀띔했다. 고양종합운동장은 약 3만9000명을 수용할 수 있다.

대표팀을 향한 열기가 뜨거워진 것은 이번 2연전을 모두 승리하면 월드컵 본선을 조기 확정할 수 있다는 기대감, 경기를 앞두고 포근해진 날씨, 경기 전날 손흥민의 기자회견 발언 등이 복합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7일 대표팀 소집 당시만 해도 눈폭탄이 내리는 등 꽃샘추위가 매서웠다. 하지만 차츰 따뜻해져 이날 고양은 영상 11도로 축구를 보기 좋은 날씨가 됐다.
주장 손흥민의 독려도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손흥민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경기장을 찾아오실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겠다. 선수들과 잘 준비해서 팬들이 재미있는 경기, 이기는 경기를 보실 수 있도록 하겠다. 팬들의 기대에 충족해서 2025년 첫 단추를 잘 끼우겠다"며 팬들에게 좋은 결과를 약속했다.
이에 한동안 차가운 시선을 거두지 않았던 팬들이 붉은 옷을 입고 경기장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수원에서 온 조현석 씨(31)는 "올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올해 첫 A매치인 데다, 손흥민 선수가 팬들에게 좋은 경기를 약속했는데 정작 관중석에 빈자리가 있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오늘 새벽 예매했다"며 손흥민 유니폼을 들어 보였다.

팬들이 운집하면서 고양종합운동장은 축제 분위기다. 팬들은 형광 '붉은악마 뿔'과 붉은 유니폼 등을 착용하고 경기장 안팎을 붉게 물들이고 있다.
KFA는 경기장 앞 광장에 '플레이 그라운드' 부스를 차리고 이벤트 참석 횟수에 따라 뽑기를 통해 의류, 다이어리, 포토 카드 등 경품을 제공했는데 많은 관중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오후 7시 무렵 경품이 소진됐다.
KFA 관계자는 "이벤트 참여도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A매치를 치르면서 경품이 먼저 소진된 건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KFA를 향한 비판 등으로) 현장 분위기를 다소 걱정하기도 했는데, 다행히 많은 팬이 즐겁게 A매치를 즐겨주고 계신다"고 말했다.
적은 숫자지만 오만 원정 팬들도 경기장을 찾았다.
오만 팬 나세 씨는 "이 경기를 보기 위해 어제 입국했다. 이 큰 경기장에서 오만을 응원하는 팬들은 아마도 나와 내 친구들 7명이 전부일 것"이라며 웃은 뒤 "한국은 강한 상대지만 우리에게도 승리의 기회가 올 것이다. 한국과 함께 오만이 월드컵에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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