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문대현 기자 = '스윙의 정석' 김효주(30)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포드 챔피언십(총상금 225만달러)에서 정상에 올랐다. 김효주에게는 그간의 부진을 털어내고 반등의 계기를 마련하는 소중한 1승이다. 또한 LPGA를 호령하는 정상급 스타들을 모두 물리치고 우승을 차지한 사실이 무엇보다 값지다.
김효주는 31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챈들러의 휠윈드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대회 최종일에서 무려 8타를 줄였다.
버디 9개와 보기 1개를 곁들인 김효주는 최종 합계 22언더파 266타를 적어냈고, 릴리아 부(미국)와의 연장 승부 끝에 짜릿한 역전 우승에 성공했다.
지난 2023년 10월 볼런티어스 오브 아메리카 우승 이후 17개월 만에 LPGA 통산 7승째를 달성했다.
김효주는 아마추어 때부터 '천재 소녀'로 이름을 날렸던 선수다.
2012년 4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롯데마트 여자오픈에서 2위와 9타 차로 완벽한 우승을 달성했을 때는 '괴물'로 불리기도 했다. 두 달 뒤에는 처음 출전한 일본 프로대회에서 역대 최연소(16세332일)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2013년 프로 전향 뒤 2개월 만에 첫 승을 따냈고, 2014년 상금왕(11억4000만 원)을 받은 뒤 LPGA 투어로 무대를 넓혔다.
김효주의 장점은 스윙 템포를 경기 내내 유지하며 큰 실수를 범하지 않는 경기 운영 능력이다. 스윙적인 측면에서 유연성과 리듬감도 갖췄다. 여리여리한 외모와 달리 멘털이 강해 주도권을 잡은 상황에서 웬만하면 추월을 허용하지 않는다.

김효주의 진가는 LPGA에서도 드러났다. 비회원 자격으로 참가한 2014년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우승했고, LPGA 진출을 공식화한 2015년 3월에는 JTBC 파운더스컵에서도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이후 2016년 퓨어실크 바하마 클래식, 2021년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 2022년 롯데 챔피언십 2023년 볼런티어스 오브 아메리카에서 우승 커리어를 쌓았다.
지난해에는 다소 부침을 겪었다. 그린 적중률 66.06%로 100위권 밖으로 밀려나며 무관의 시기가 길어졌다. 김효주가 그린 적중률 100위권을 기록한 것은 2018년 이후 처음이었다.
태극마크를 달고 나선 파리 올림픽에서는 공동 25위(이븐파 288타)에 그쳤다.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은 김효주는 비시즌 퍼팅 연습에 몰두했다. 7m 거리의 슬라이스와 훅 경사에서 목표를 정해 놓고 퍼팅에 집중했다.
훈련의 효과는 서서히 나타났다. 올 시즌 개막전인 힐튼 그랜드 베케이션스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공동 10위)와 HSBC 챔피언십(공동 7위)에서 두 차례 '톱10'을 기록하며 우승을 정조준했다.

이번 대회에선 2라운드 공동 9위, 3라운드 공동 5위로 도약했다. 3라운드 직후 선두 릴리아 부와는 4타 차이로 뒤쳐져 있었다.
마지막 4라운드 시작은 김효주의 흐름도 좋았지만, 부 역시 정확한 샷으로 분위기를 끌어올린 상황이라 역전 우승이 쉬워 보이진 않았다.
그러나 김효주는 전반에만 5타를 줄인 뒤 후반 초반 단독 선두로 도약했다. 12번홀(파5) 보기로 삐끗했으나, 16~17번홀 버디로 만회했다.
부도 만만치 않았다. 경기 후반 김효주에게 단독 선두를 빼앗겼으나 17번홀(파5) 버디로 다시 공동 선두가 됐다. 먼저 경기를 마친 뒤 초조하게 부를 지켜보던 김효주는 연장을 위해 다시 골프채를 집어야 했다.
서든데스 방식의 연장전에서 김효주의 대담함이 빛났다. 티 샷부터 완벽하게 성공한 뒤 두 번째 샷을 정확히 그린에 올렸고, 버디 퍼트에 성공하며 활짝 웃었다. 부는 파를 기록하며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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