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한국 여자 골프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김상열 회장이 임기를 마치고 물러난 지 4년 만에 돌아왔다. 그가 없던 4년 사이 급격한 위기를 맞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의 '소방수' 역할을 하기 위해서다.
KLPGA는 지난 17일 서울 강동구 KLPGA 빌딩에서 제1차 이사회를 열고, 제15대 회장에 김상열 호반그룹 회장을 추대하는 것으로 만장일치 의결했다고 밝혔다.
지난 2017년부터 4년간 제13대 KLPGA 회장직을 맡았던 김 회장은 4년 만에 재임하게 됐다.
KLPGA 역사상 재임 회장이 탄생한 건 김성희(1·3대), 조동만(6~7대), 홍석규(8~9대) 회장 이후 4번째이며, 특히 연임이 아닌 재임은 KLPGA 초창기 시절인 김성희 회장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KLPGA에 따르면 현 회장인 김정태 회장이 김상열 회장을 적극 추천했고, 이사진 역시 이를 제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러 차례 고사하던 김상열 회장도 끝내는 이를 받아들이면서 4년 만의 복귀가 이뤄졌다.
김상열 회장 시절 KLPGA투어는 역사상 가장 빛났던 시기로 평가된다.
당시 여자 골프엔 박성현, 고진영, 전인지 등 한국을 넘어 세계 무대에서 호령하던 슈퍼스타가 대거 등장했는데, 김상열 회장의 적극적인 투자까지 맞물려 눈에 띄는 외형 확장까지 이뤘다. 2019년에는 KLPGA 시즌 총상금 규모가 270억 원을 넘어서기까지 했다.
특히 정규투어뿐 아니라 2부 투어인 드림투어, 시니어투어인 챔피언스 투어에도 아낌없이 투자하면서 KLPGA의 저변을 다지는 데에도 큰 공로를 세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김상열 회장이 물러난 이후 4년 만에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를 시작으로 오랜 경기 침체가 계속되면서 기업 투자가 크게 위축됐다.
특히 지난해 말 한화큐셀이 골프계에서 사실상 발을 빼면서 KLPGA 메이저대회 중 하나였던 한화 클래식이 한순간에 폐지됐다. 김상열 회장 취임 첫해에 5대 메이저대회 체제로 확장됐던 것이, 올해부터 다시 4대 메이저대회로 줄어들게 됐다.
또 SK텔레콤·SK쉴더스 챔피언십, 하나금융그룹 싱가포르 여자오픈, 교촌 레이디스 오픈도 올해는 열리지 않는다. SK텔레콤과 하나금융그룹은 오랫동안 골프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온 대기업이지만 대회 개최를 중단했다.
한동안 꽃길만 걸어온 KLPGA의 위기가 본격화됐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고, 결국 김상열 회장이 다시 한번 '소방수'로 호출됐다.
공교롭게도 김상열 회장이 앞선 13대 회장에 취임했을 때도 주변 상황이 썩 좋지 않았었다. 당시 KLPGA는 구자용 전임회장이 임기를 마치고 사퇴한 뒤 새 회장을 찾지 못해 1년간 강춘자 수석부회장 체제로 협회를 이끌었다.

그런 가운데 김상열 회장은 빠르게 내부를 수습했고 KLPGA의 중흥기를 맞게 하는 등 능력을 보여준 바 있다.
다만 이번에는 경기 위축 등 외부적인 어려움을 맞닥뜨렸기에 그때보다 좀 더 어려운 상황이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KLPGA 내부에서는 다른 대안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고, 김상열 회장도 다시 한번 무거운 짐을 받아들였다.
'2기 체제'에 돌입하는 김상열 회장은 당장 정규 투어 대회 추가 유치 기업 확보 등의 급한 불을 꺼야 한다. 지난 4년간 투자가 줄어들면서 급격히 위축된 드림투어와 챔피언스투어를 일으켜 세워야 하는 중장기적인 과제도 안고 있다.
김상열 회장은 다음 달 20일 열릴 KLPGA 정기총회에서 제15대 회장으로 정식 취임한다. KLPGA투어는 새 시즌은 그보다 한 주 앞서 태국에서 열리는 블루캐니언 레이디스 챔피언십으로 개막한다.
starburyn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