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문대현 기자 = 2023년 7월 야구계에선 깜짝 놀랄 소식이 전해졌다. SSG 랜더스의 한 선수가 2군 생활 도중 신인 A 선수의 태도를 문제 삼아 야구 배트로 엉덩이를 때린 사건이었다.
어떠한 이유로도 폭력은 정당화 되지 않는다. SSG 구단은 사건 보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해당 선수를 방출시키며 실명을 공개했다.
사건의 장본인은 2017년 SK 와이번스(현 SSG) 1차 지명 투수 이원준(27)이었다. 이원준은 곧장 팀에서 나왔고, 조용히 야구계를 떠났다.
최근 인천 모처에서 뉴스1과 만난 이원준은 고개부터 숙였다. 사건 직후 피해 선수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하고 자신이 팀을 왔지만 여전히 피해 선수와 가족에게 미안한 감정을 갖고 있었다. 한때 자신을 응원했던 SSG 팬들과 구단에도 사죄했다.
이원준은 "무조건 내가 잘못한 일이라 생각한다. 해당 후배와 그의 가족, 야구팬, 구단 모두에게 죄송하다. 인터뷰를 계기로 다시 한번 사과의 뜻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당시 사건의 시작은 이원준이 아니었다. 이거연(2023시즌 후 방출)이 A 선수의 태도를 문제 삼아 자신보다 연차가 낮은 후배(이원준 포함)들을 모아놓고 이른바 '원산폭격' 얼차려를 했다. 이때까지는 이원준도 피해자였다.
그러나 화가 난 이원준은 이거연이 나간 후 자신이 다시 후배들에게 2차 얼차려를 가했다.
이원준은 "화를 참았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누구를 탓할 필요도 없다. 절대 해선 안 될 행동을 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 방황하다 일본 독립 리그서 마지막 선수 생활
이원준은 2023년 7월 12일 SSG의 자체 징계 위원회 결과에 따라 퇴단이 결정됐다. 도망치듯 강화도(SSG퓨처스필드)를 나온 이원준은 방황의 시간을 보냈다.
그는 "한동안 사람을 만나는 게 무서웠다. 부모님이 계신 본가로 가서 은둔 생활을 했다. 가족들도 쉽게 내게 말을 걸지 못했다"며 "미래를 걱정할 겨를도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집에 있는 것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삶의 의지를 잃은 이원준을 다시 세상 밖으로 끄집어낸 건 아버지와 트레이너였다. 아버지는 아들의 잘못을 지적하면서도 다시 일어설 것을 권유했다. 결국 이원준은 한 달가량 방황을 마치고 다시 운동에 매진했다.
오전 5시면 기상해 트레이닝 센터로 향했고, 매일 14시간 동안 몸을 만들었다. 이원준의 학창 시절부터 함께 했던 트레이너의 도움도 컸다.
컨디션을 되찾은 이원준은 에이전트를 통해 일본 독립리그 문을 두드렸고 고치 파이팅 독스에 입단했다. 다시 유니폼을 입은 것만으로도 벅찼다. 그러나 선수 생활이 길진 않았다.
독립리그에서 6개월가량 생활하면서 4점대 평균자책점을 남긴 이원준은 더 이상 선수로서 성공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지난해 8월 귀국했다. 이후 KBO 구단으로부터 입단 제안을 받기도 했으나, 응하지 않았다.

◇ 사설 코치로 새 삶…"마음 만지는 지도자 되고파"
지난해 8월 일본 생활을 청산한 이원준은 SSG에서 함께 했던 선배 김태훈의 제안으로 인천의 한 사설 아카데미에서 코치 생활을 시작했다. 선수를 꿈꾸는 학생들과 동호인들을 가르치고 있다.
아카데미에서 이원준을 만난 동호인 중 일부는 과거 폭행 사건을 묻기도 한다. 그때마다 이원준은 '무조건 내가 잘못한 일'이라고 답하고 있다.
이원준은 "앞으로 스포츠 심리학 쪽으로 공부를 더 하고 싶다. 학생들의 마음을 만져주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과거 내가 저지른 일에 대해선 평생 사죄하는 마음을 갖고,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eggod611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