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서장원 기자 = LG 트윈스의 모든 선수들이 올해 한국시리즈가 특별했겠지만, 투수 이정용(27)에게는 더더욱 남달랐다. 군입대 전 마지막으로 공을 던지는 무대였기 때문이다.
이정용은 원래 지난 시즌 종료 후 입대하려고 했다. 하지만 새로 부임한 염경엽 감독이 입대를 만류했고, 이정용은 계획을 수정하고 팀의 잔류해 올 시즌 우승 도전에 힘을 보태기로 했다.
롤러코스터 같은 정규 시즌을 보냈다. 시즌 초반 필승조로 중용됐지만 연이은 부진에 입지가 좁아졌고 군입대까지 미뤘던 이정용과 그를 잔류시킨 염 감독 모두 가슴앓이를 했다.
하지만 반전이 찾아왔다. 마지막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6월 말부터 선발로 보직을 바꿨는데, 이게 전화위복이 됐다.
선발로 나와 연이은 호투로 후반기 LG의 토종 에이스로 자리잡았다. LG가 정규 시즌 우승을 차지하기까진, 선발진의 한 축을 맡아준 이정용의 공이 컸다.
이정용은 한국시리즈에서 다시 불펜으로 돌아갔다. 보직과 관계없이 팀의 우승만을 위해 뛰겠다던 그는 한국시리즈 4경기에 등판해 4이닝 동안 무실점 투구로 믿음에 부응했다. LG는 KT에 시리즈 전적 4승1패로 29년 묵은 한을 풀었다.
이정용은 "야구 인생 참 다사다난했는데, 이렇게 마무리를 잘 할 수 있어서 너무 좋다. 사실 (마지막 5차전에) 나가고 싶었고, 계속 스트레칭을 했다. 비록 못나갔지만 충분히 많은 경기에 나왔다고 생각한다. 이번 시리즈를 너무 기쁘게 보낸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한국시리즈에서 다시 불펜 투수로 돌아간 것에 대해서는 "원래 하던 일이라 별로 힘든 건 없었다"면서 "그저 팀을 위해서 던진 것밖에 없다"고 책임감을 나타냈다. 이어 "팀을 위해 뛰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와서 너무 기쁘다"고 웃었다.
힘든 시간도 보냈지만 입대를 미룬 자신의 선택에 후회는 없다고 했다. 이정용은 "힘들 거라는 걸 알면서도 내 선택에 후회 없이 하려고 했다"면서 "시즌 초반에는 (성적이) 안 좋아서 후회를 하지 않았느냐 물어보시는데 나는 절대 후회하지 않았다. 오히려 공부가 됐던 한 해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제 이정용은 미뤄뒀던 군 복무(상무)를 해야 한다.
그는 "작년엔 괜찮았는데 올해는 진짜 마음이 안좋았다"면서 "군대에 가기 싫다는 게 아니라 이렇게 좋은 팀원들과 떨어져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그랬다. 많이 힘들었는데 나는 인복이 정말 많은 것 같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하다"고 전했다.
인터뷰를 마친 이정용은 건강히 잘 다녀오라는 취재진의 인사에 "절 잊지마세요"라는 말로 끝인사를 대신했다.
superpow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