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오토바이 브라켓 팔아요"
사건은 2024년 9월 한 중고 거래 앱에 올라온 한 게시물에서 시작됐다. 김 모 씨(50·남)는 브라켓을 사겠다는 A씨와 채팅 끝에 집으로 직접 찾아가 물건을 전해주고 친목을 쌓을 겸 함께 술도 마시기로 했다.
약속대로 김 씨는 서울 노원구에 위치한 A 씨의 직접 찾아갔다. 두 사람은 안방에서 술잔을 부딪치며 이야기를 나눴다.
담소가 다툼으로 번진 것은 김 씨가 A 씨에게 "중국 인터넷 사이트에서 사는 것이 더 저렴하다"며 구매를 거듭 권유하면서부터다.
거절해도 반복되는 권유에 다소 불쾌해진 A 씨는 중국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을 드러냈다. 그는 김씨에게 "중국인이냐"고 따졌고 이내 싸움이 불거졌다.
분위기가 과열되자 김 씨는 일단 집으로 돌아가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그가 향한 곳은 현관문이 아닌 주방이었다. 중국인으로 몰린 것에 앙심을 품은 김 씨는 주방에서 가위 2개를 들고 안방으로 돌아갔다.
김 씨는 술을 마시고 있던 A 씨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다칠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는 급소를 집중적으로 노렸다.
무방비 상태로 급습 당한 A 씨는 기지를 발휘해 화장실과 작은 방으로 달아나 문을 잠근 채 경찰에 신고했다. 가까스로 목숨은 건졌지만 경찰이 현장에 출동했을 때 A 씨는 이미 출혈로 몸을 가눌 수 없는 지경이었다.
살인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 씨는 우발적인 일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만약 고의로 피해자를 공격한 것이라면 다른 흉기를 사용했을 것"이라는 궤변을 늘어놨다.
그러나 서울북부지법 제13형사부는 지난 1일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며 김 씨에게 징역 3년 6개월 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 씨가 공격한 신체 부위는 급격하게 사망에 이를 수 있음을 예견할 수 있었다며 피고인의 논리를 무너뜨렸다.
또 김 씨가 집으로 돌아가는 척을 한 후 공격했다는 A 씨의 일관된 진술에서 피고인의 공격에 상당한 정도의 주도면밀함을 확인할 수 있다며 "살인의 고의는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식 결과에 따르면 범행에 사용된 2개의 흉기에서 피해자 A 씨의 혈흔이 검출됐다. 실제로 현행범 체포 당시 김 씨는 오른손에 흉기 하나를 들고 있었다.
김 씨는 1997년에도 폭력 관련 범죄를 저질러 벌금형에 처한 전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재판부는 김 씨의 재범 위험성이 고도의 수준은 아니며 범행을 인정하고 있고, A 씨에게 사죄의 뜻을 표한 점 등을 들어 보호관찰 명령 청구 및 전자장치 부착 명령 청구는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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