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명 피해를 막거나 건축물 피해를 막을 수 있는 그런 상황 조치를 종합적으로 끌어 나갈 수 있는 컨트롤 타워가 미비했다"
(서울=뉴스1) 김민수 기자 = 서재철 녹색연합 상임전문위원은 10일 뉴스1과 인터뷰에서 경북·경남 지역을 휩쓴 '괴물 산불'을 단순히 천재지변으로만 치부해선 안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기후 위기로 인해 예측 불가능한 날씨 현상이 증가하면서 이번과 같은 초대형 '기후 재난'이 해외를 비롯해 한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년 이상 녹색연합에서 활동가로 활동해 온 서 위원에게 '기후 재난'에 대처하기 위한 해법을 들어봤다.
서 위원은 산불 대응에 있어서 중요한 점으로 '신속함'을 꼽았다. 그는 "대피 명령을 내리고 관계 부처의 자원을 요청하고, 시·군 내 조직의 원활한 협력을 끌어내기 위해선 새로운 방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산불 발생 시 지휘권자는 산림청장이다. 지자체는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 시장, 군수가 지휘하게 된다.
서 위원은 "현행 체계에선 대피 명령을 내리고 신속하게 움직이며, 인원이 부족하면 다른 시·군 등에서 경찰력이나 소방력을 끌어오는 것에 한계가 있다"며 "행안부 차관급 정도 인사가 와서 지휘하는 것과 산림청장의 지휘를 받는 것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한국의 산불 대응책의 큰 방향을 점검할 때라는 지적도 나왔다.
서 위원은 "우리나라 산불 대책은 주민의 생명을 지키고 인명 피해를 줄이는 것에 좀 더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초점이 맞춰져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서 위원은 특히 지난 3월 25일이 가장 뼈아픈 시점이었다고 꼽았다. 그는 "지난달 25일 오후 1시부터 경북 북부 지역 안동부터 청송·영양·영덕에 계속 강풍이 불었다"며 "그날 조금 더 선제적인 비상대기 태세를 갖췄으면 어땠을까 싶다"고 했다.
실제로 이번 산불 탓에 사망 31명, 중상 8명, 경상 36명 등 총 75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특히 경북에서 사망자가 다수 발생했다. 지역별 사망자 수는 경북 27명, 경남 4명이다.
서 위원은 "이 상황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분석해 확실한 대책 마련을 하기 위해선 그날 있었던 피해 상황과 인과 관계가 있는 풍속을 비롯한 실시간 기상 정보, 산불 진행 정밀 경로, 사망과 건물 피해의 실제적 원인 등을 수집할 수 있는 현장 실태와 정보를 최대한 수집·분류·정리하고 평가와 반성을 통해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무엇보다도 서 위원은 기후 위기가 '뉴노멀'(시대 변화에 따라 새롭게 부상하는 표준)로 자리 잡았기 때문에 이에 맞춘 정책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후 위기의 가장 큰 특징은 불규칙적이고 변덕스러운 기상 상황이 우리 일상에 파고들어 오고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서 위원을 특히 "지난 3월 21일과 22일은 전국적으로 과거와 비교해 10도 이상 높은 봄철 고온 현상이 나타났다"고 언급했다. 특히 "겨울철에 건조하고 습기가 부족한 데다가 이렇게 고온 현상이 나타나면 산과 숲, 수목, 낙엽층까지 건조해진다"며 "주택의 지붕과 외벽도 극도로 말라 있기 때문에 불똥이 튀면 쉽게 불이 붙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도 서 위원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더 이상 기후 재난이 다른 나라 이야기가 아님을 알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지난 2022년 울진 산불 피해 이후 주요 언론 등은 기후 위기로 인한 산불이 일상화됐다고 수없이 지적했다"며 "그럼에도 (한국은) 지역적인 수준 차원에서만 대응을 해왔다"고 비판했다.
서 위원은 "대기가 건조하다는 사실과 강풍이 분다는 정보는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맞춰서 대책을 세울 수 있다"면서 "선제 대응에 초점을 맞춘다면 산불이 일상화 된다고 해도 대비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서 위원은 주민들에 대한 '교육'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서 위원은 "국가의 지원도 중요하지만, 주민 스스로가 산불로부터 생명·재산을 지킬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번과 같은 대형 산불에 취약한 계층은 거동이 불편한 고령 인구다. 서 위원은 결국 '체계적인 대피 매뉴얼'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일본의 경우 방재 기본법에 따라 대피를 5개 레벨로 구분했다"며 "매뉴얼이 구체적이고, 대피 명령권자도 시정촌의 장으로 명시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반면 우리 재난안전법에선 대피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소홀하다"고 지적했다. 서 위원은 "예를 들어 도시에서 발생하는 건물 화재의 경우 이에 대한 대비가 비교적 발전돼 왔지만, 반복적인 산불에 대해선 고민을 안 해왔던 것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산불 진화 요원과 헬기 조종사의 고령화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서 위원은 "군인의 경우만 하더라도 나이에 따라 민첩도가 다르지 않으냐"며 "일정 나이가 넘어가면 신체적으로도 그렇고 집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인력 구조의 고령화를 해결하기 위해선 결국 직종에 대한 처우가 개선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왔다.
서 위원은 "해당 직종에 대한 적절한 대우를 해줘야 한다"며 "지상 진화에 훈련되지 않으신 분들이 투입되는 것은 정말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끝으로 서 위원은 '구체적인 재난 원인 조사'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회적으로 충격이 크거나 온 국민의 이목이 쏠렸던 큰 재난에 대해선 원인 조사를 하게끔 돼 있다"며 "이를 짚고 넘어가지 않는다면 다음 대책도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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