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신윤하 이강 기자 = 서울 강동구 명일동에서 발생한 대형 땅꺼짐(싱크홀) 사고로 사망한 박 모 씨(33)가 거래처인 중견급 상조회사로부터 수십억 원가량의 대금을 받지 못해 주 7일 일하며 밤엔 부업 배달까지 했단 주장이 나왔다. 박 씨는 사고 당일에도 오토바이로 배달 중이었다.
박 씨의 직장 동료인 A 씨는 26일 서울 강동구 중앙보훈병원 장례식장에서 유족의 동의를 받고 기자회견을 열며 이같이 밝혔다. A 씨는 박 씨와 25년간 알고 지냈다.
A 씨에 따르면, 박 씨는 2018년 아버지가 사망한 후 사업을 물려받았지만 거래처인 중견급 상조회사로부터 대금을 지급받지 못하면서 빚더미에 올랐다.
박 씨는 당초 28억 원 규모의 소송을 상조회사에 제기했고 1심과 2심에서 일부 승소했다. 하지만 소송이 5년가량 장기화하면서 소송 비용 등을 감당하기 위한 빚이 커졌다. 3년 전부터 사업과 별개로 부업인 배달, 아르바이트 등을 병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배달 업무에 대한 걱정을 하면 '형 저 완전 안전 운전하니까 걱정하지 마세요'라며 오히려 저를 안심시키곤 했다"며 "매월 이자를 감당하기 위해 배달 일을 거행했고, 집에선 책상에 앉아 기절할 정도로 지쳐 있었다"고 말했다.
사고 당일에도 박 씨는 '배달이 많은 시간대라 빨리 가봐야 한다'며 사무실을 나섰다는 게 직장 동료의 설명이다. 땅꺼짐 지역에서 발견된 박 씨의 휴대전화 속 '배달의 민족' 앱엔 오후 5시 56분과 6시 6분에 배달이 완료된 기록이 확인됐다.
A 씨는 "고인은 누구보다 성실하고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었다"며 "가족과 회사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노력했고 힘든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A 씨는 "대금을 받아야 하는데 못 받은 소송으로 인해 고인도 이자와 원금을 감당하려다 보니 빚을 많이 지게 됐다"며 "혼자 되신 어머니에게도 많이 미안하고, 어떻게든 스스로 해결해 보려 노력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러면서 "1심 판결은 15억 배상받으라고 했고, 2심에선 10억으로 줄어들었다"며 "대법원까지 안 가려고 했었는데 위(상조회사)에서 마지막 날 대법 접수하라고 해서 하게 됐다. 고인은 이런 거(소송) 할 때마다 비용이 들어가서 부담스러운 상황인데 큰 기업은 이러니 많이 힘들었다"고 했다.
또한 A 씨는 서울시 등을 향해 "책임 소재는 분명하게 밝혀졌으면 좋겠다"며 "일반인이 이런 일을 당하는 건 벼락 맞을 확률보다 낮지 않냐. 왜 시설 관리를 못 했는지 명확하게 밝혀졌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24일 오후 6시 29분쯤 서울 강동구 도로 한복판에서 직경 20m가량 땅꺼짐 사고로 박 씨가 매몰됐다. 박 씨는 사고 약 17시간 만인 25일 오전 11시 22분쯤 땅꺼짐 중심 기준으로 고덕동 방향 약 50m 지점에서 호흡과 의식이 없는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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