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정윤미 기자 = 경기 남부에서 5세 자녀를 영유아 영어학원(일명 영어유치원)에 보내고 있는 학부모 김 모 씨(33)는 최근 영어 공부를 시작했다. 자녀의 학원 숙제를 봐 주기 위해서다.
숙제는 학원에서 원어민 선생님 발음을 따라 읽은 원서 교재를 집에서 소리 내 읽고 반복하는 것이다. 아직 한글도 제대로 못 읽는 자녀에게 집에서는 엄마가 선생님 역할을 해줘야 한다.
"엄마, 발음이 이상해"
어느 날 자녀에게 영어책을 읽어주던 김 씨는 이 같은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 그 뒤로 자녀 과제 1시간 전부터 예습한다. 유튜브에서 해당 원서의 원어민 발음을 찾아 듣고 충분히 연습하는 것이다.
학창 시절 정규 교육 과정 외에 별도 영어 공부를 한 적 없는 김 씨에게 원어민처럼 발음하기란 쉽지 않다. 수백번 입 밖으로 내뱉었지만, 아예 발음이 안 되는 단어도 있다. 이를테면 Thankful for(~에 감사하다) 등이 그렇다.
김 씨는 자신의 한국식 영어 발음이 자녀에게 주입될까봐 걱정이다. 또 시간이 지날수록 영어 난도는 계속 올라갈 텐데 언제까지 자신이 숙제를 봐 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김 씨는 하소연했다.

18일 뉴스1 취재에 따르면 최근 영어유치원생들 가운데 김 씨와 같은 고민을 하는 학부모들이 많아지면서 영어유치원 숙제를 위한 '서브 과외'가 성행하고 있다고 한다. 영어유치원 입학시험인 레벨테스트 이른바 '4세 고시'만 통과하면 되는 줄 알았던 학부모들은 입학 후 숙제 전담 선생님 모시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각종 온라인 지역 커뮤니티에서 '영어유치원 숙제 선생님' 구인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게 영어로만 수업 가능한 교포나 유학생 출신을 우대한다. 자녀가 영유아인 점을 고려해 미취학 아동 과외 경력이 있거나 젊고 친절한 여선생님을 선호하기도 한다.
서브 과외 평균 시급은 2만원 수준이다. 일주일에 적게는 주 2회, 많게는 5회 진행한다고 가정하면 한 달에 약 20만~40만원이 든다. 지난 13일 교육부가 최초 발표한 영유아 사교육 조사 결과 영어유치원 월평균 비용은 154만여원이었다. 서브 과외 비용까지 합치면 최대 194만여원이 된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서 영어권 유학반을 맡고 있는 재미교포 정 모 씨(31)는 "아무리 영유아 대상이라고 해도 영어유치원 수업 난도가 제법 높은 편"이라며 "영어가 익숙지 않은 부모님들은 과제를 돕는데 분명 어려움이 따를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 국제학교 입시 과외를 전담하는 서 모 씨는 "전체적인 외국 유학 비용과 비교하면 5~7세 영어유치원 3년 교육 비용이 저렴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면서 "'이때 아니면 언제하겠느냐, 조금 더 보태 제대로 가르치자'는 심리로 서브 과외를 시키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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