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은 안돼" 콘서트 대관 취소한 구미시, '정치적' 공연 기준은

"정치적 발언으로 안전 사고 우려"vs"경찰과 소통"[체크리스트]
'정치적' 공연 제한 지자체 있지만…"'사회적 물의' 입증돼야"

편집자주 ...[편집자주] 우리 사회에서 논란이 되거나 쟁점이 되는 예민한 현안을 점검하는 고정물입니다. 확인·점검 사항 목록인 '체크리스트'를 만들 듯, 우리 사회의 과제들을 꼼꼼히 살펴보겠습니다.

본문 이미지 - 12일 오후 경북 칠곡보 생태공원에서 열린 '낙동강세계평화 문화 대축전' 개막식에서 가수 이승환이 축하공연을 하고 있다. 축제는 오는 14일까지 열린다.2018.10.12/뉴스1 ⓒ News1 정우용 기자
12일 오후 경북 칠곡보 생태공원에서 열린 '낙동강세계평화 문화 대축전' 개막식에서 가수 이승환이 축하공연을 하고 있다. 축제는 오는 14일까지 열린다.2018.10.12/뉴스1 ⓒ News1 정우용 기자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가수 이승환의 구미 공연 취소 사태의 여파가 표현의 자유 제한 논란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이 씨가 공연장 대관 취소 사유가 정치적 오해를 살 발언을 금지한다는 서약서 날인을 거부했기 때문인 게 아니냐면서 의문을 제기했기 때문입니다. 앞서 구미시는 보수층과 공연 관람객 간 충돌을 우려한 안전 조치라고 취소 사유를 밝힌 바 있습니다.

연예인 등 공연자의 정치적 성향 또는 발언은 지자체가 운영하는 공연장 대관을 취소하거나 제한할 수 있는 사유가 될 수 있을까요. 공연자의 표현의 자유는 어디까지 인정될 수 있을까요. 문화예술과 정치 간 관계를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일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구미시장 "정치적 발언으로 안전사고 우려"…이승환 "경호 인력 늘리고 경찰과 소통"

사건은 지난 23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김장호 구미시장은 성탄절인 25일 구미시 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릴 예정이던 이 씨의 콘서트를 취소하겠다며 기자회견을 열고 긴급 입장문을 발표했습니다. 허가 취소 근거로 구미시문화예술회관 운영 조례 제9조 1항 6호를 들었습니다.

해당 조항에 따르면 시장은 '기타 시장이 공익상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사용 허가를 취소하거나 사용정지, 변경, 기타 필요한 조치를 명할 수 있습니다. 김 시장은 "이 씨 측에 안전 인력 배치 계획과 정치적 선동 및 오해 등 언행을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요청했지만 반대 의사를 서면으로 밝혀 왔다"고 부연했습니다.

'시민 안전'과 '정치적 오해 발언' 2가지가 지켜지지 않아 공연을 유지할 시 공익이 저해된다고 판단한 셈입니다. 하지만 대중의 이목은 '후자에 쏠렸습니다. 김 시장이 이 씨의 최근 발언과 행동들을 잇달아 비판했기 때문입니다.

김 시장은 23일 기자회견에서 "지난 10일 이 씨 측 기획사에 정치적 선동 자제를 요청했지만 이 씨는 14일 수원 공연에서 '탄핵이 되니 좋다'며 정치적 언급을 한 바가 있다"고 대통령 탄핵 소추안 의결 후 그의 행보를 언급했습니다.

또 "개인적 입장인데 상도의라는 게 있다. 결혼식 가기 전엔 장례식장 가는 것을 삼가는 식"이라며 "전국 공연을 하고 있으면 정치적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상황과 시민이 분열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해줬어야 한다"라고도 했습니다.

김 시장의 발언은 이 씨의 정치적 성향에 반대한 보수단체가 공연장 앞에서 반대 집회를 예고했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하지만 광화문, 한남동 관저 등 최근 열린 보수·진보 집회에서 큰 물리적 충돌 없이 마무리됐던 점, 이 씨 측에서 경호 인력을 늘리고 경찰과 지속해서 소통하는 등 예방책을 강구했던 점을 고려하면 설득력이 약하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김 시장 재임 기간인 2023년 11월 구미 문화예술회관에서 박정희 대통령 탄신 106돌 기념 '나라 사랑 콘서트'가 개최된 것도 '이중 잣대' 논란을 키우고 있습니다. 구미시청 홈페이지엔 이 씨 공연 대관 취소와 관련해 1000여 개의 찬반 게시물이 올라오며 갑론을박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본문 이미지 - 경북 구미시가 이승환 콘서트 대관을 취소하자 24일 대관 취소를 지지하는 100여개의 격려 화환이 구미시청에 배달돼 정문앞에 늘어서 있다. 전국에서 배송된 화환에는 '정치 연예인 이승환 콘서트 취소결정을 환영한다', '정치선동 이승환 콘서트 철회를 지지한다'. '보수의 심장 구미시장 최고' 등의 문구가 적혀있다. 2024.12.24/뉴스1 ⓒ News1 정우용 기자
경북 구미시가 이승환 콘서트 대관을 취소하자 24일 대관 취소를 지지하는 100여개의 격려 화환이 구미시청에 배달돼 정문앞에 늘어서 있다. 전국에서 배송된 화환에는 '정치 연예인 이승환 콘서트 취소결정을 환영한다', '정치선동 이승환 콘서트 철회를 지지한다'. '보수의 심장 구미시장 최고' 등의 문구가 적혀있다. 2024.12.24/뉴스1 ⓒ News1 정우용 기자

'정치적' 공연 제한하는 지자체 있지만…"사이비 포교·유세 등 '사회적 물의' 입증돼야"

일부 지자체가 운영하는 공연장에서 정치적 목적 등이 있는 공연을 제한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는 선거철 인물 유세 등 불법적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로 이해해야 하지 구미시의 취소 통보와 동일시하기는 어렵다는 게 공연계의 시각입니다.

오는 29일 이 씨의 공연이 진행될 예정인 경남 김해시의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이 씨의 김해 콘서트 장소인 김해문화관광재단은 이날 공연을 예정대로 진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내규 14조에선 '특정 종교의 포교 또는 정치적인 목적의 공연'의 경우 대관 신청을 제한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긴 하지만, 공연의 주목적이 '정치'인지 '문화예술'인지를 따졌을 때 이 씨의 콘서트는 '문화예술' 쪽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는 겁니다. 26일 기준 공연장 인근 보수 집회 등 신고가 없어 충돌 가능성이 낮은 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김해문화의전당 관계자는 "인물 유세, 사이비 포교 등 사회적 물의나 불법적 행위가 주목적이라면 저희도 제한을 두겠지만 (이 씨의 콘서트는) 공연이 주목적"이라며 "집회 등이 예고된다면 경찰, 지자체 등과 협력해 안전한 관람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습니다.

이 씨 측은 공연예매 대표자 100명과 함께 김 시장 개인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지자체장이 연예인에게 정치적 언행을 금하는 서약서를 쓰게 하는 건 위헌이라는 취지의 헌법 소원도 제기할 예정입니다.

이철우 엔터테인먼트 전문 변호사는 "통상적으로 정치적인 발언에 대한 규정을 넣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구미시 측의 일방적 취소가 손해배상 책임 발생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대관 계약서나 공공기관의 공연장 관리 규정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kimye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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