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남해인 기자
"다음 교황께서도 약자를 위하는 분이면 좋겠어요."
22일 오전 9시쯤 서울 송파구 잠실동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 상영관 14관 앞에서 만난 40대 여성 이 모 씨는 이렇게 말했다. 장대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영화 '콘클라베'를 보러 이곳을 찾은 관객들은 한 손에는 우산, 한 손에는 팝콘을 들고 속속 상영관으로 들어갔다.
콘클라베는 새 교황을 뽑기 위해 진행되는 추기경단의 비밀투표로, 국내에선 지난달 5일에 개봉한 영화 제목이기도 하다. 영화는 교황이 갑작스럽게 사망한 뒤 시작된 콘클라베 도중 발생하는 여러 사건을 주요 소재로 삼는다.
천주교 신자라고 밝힌 이 씨는 "평점이 괜찮은 영화라 원래 보려고 했던 영화인데, 어제 그런 일이 있어 영화관을 찾았다"고 말했다.
전날 12년간 전 세계 14억 명 가톨릭 신자를 이끌어온 프란치스코 교황이 전날 88세로 선종했다. '가난한 자의 벗'이라 불리며 청빈하고 소탈한 행보로 세계인의 사랑을 받은 그가 세상을 떠나면서 새 교황을 선출하는 내용의 영화에도 다시 관심이 쏠리는 분위기다.

아내와 함께 온 60대 남성 심 모 씨는 "원래 IPTV로 영화가 나오면 보려다가 어제 교황께서 선종하셔서 더 집중해서 보고 싶어서 왔다"며 "프란치스코 교황은 소외된 분들을 먼저 살펴주셨던 분인데 이런 분이 또 나올 수 있을까 안타깝고 걱정된다"고 했다.
심 씨는 "(차기 교황도) 약자들을 위해 진보적인 행보를 보이신 프란치스코 교황처럼 더 많은 사람을 포용하면 좋겠다. 그게 가톨릭 신앙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가톨릭 신자가 아닌 이들도 프란치스코 교황의 지난 행보를 떠올리며 영화관을 찾았다.
직장인 김 모 씨(39)는 "신자는 아니지만 평점이 괜찮은 영화라 보고 싶었다"며 "우리나라와도 인연이 있던 분인데 어제 뉴스를 보고 선종 소식을 듣고 영화를 보러 오기로 했다"고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즉위 후 첫 아시아 방문지로 '한국'을 선택했다. 방한 중 세월호 참사 유족을 위로하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꽃동네 장애인 등 고통받거나 소외된 이들을 만났다. 아울러 교황은 역대 한국인 추기경 4명 중 절반을 임명했다.
그는 "신자는 아니지만 교황이 영향력이 있는 직책이다 보니 프란치스코 교황님처럼 약자들을 위한 목소리를 내주는 분이면 좋겠다"며 "그것이 이 시대 종교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편 22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 전산망에 따르면 콘클라베는 전날 하루 920명의 관객을 동원해 박스오피스 7위에 올랐다. 이 영화는 지난 15일 이후 박스오피스 10위권 밖에 머물렀으나 다시 10위권 안으로 돌아왔다. 국내 누적 관객 수는 27만 5704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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