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태훈 선임기자 = 괴물 산불이 7일째 경북 북부 일대를 휩쓸고 있는 가운데 지역민들은 당국의 늦장 대피 문자, 대피 후 이렇다 할 지원이 없는 점, 무엇보다 진화 이후 살길이 막막하다며 호소했다.
강수량이 적지만 그나마 새벽 단비가 왔고 북쪽에서 찬 공기가 유입되는 바람에 28일 오전 5시 기준 경북 의성 산불 95%, 청송 89%, 안동 85%, 영양 76%, 영덕 65%의 진화율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경북 영양군 석보면 이장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진득 석보면 화매1리 이장은 "지금 진화가 우선이기에 복구 지원을 해달라는 말도 못 하겠다"며 답답해했다.
김 이장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모든 것을 우선 자체적으로 해결한 상태로 답답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22일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이 25일 마을까지 뻗친 당시 상황에 대해 "25일 오후 4시쯤 밭에서 일하고 있는데 한밤처럼 앞이 안 보일 정도로 캄캄해졌다"며 "일을 마치고 5시 30분쯤 마을로 가보니 앞산에 벌겋게 붉은빛이 보이더라"고 설명했다.
이에 김 이장은 "산불이 가까이 왔다 싶어서 '빨리 대피 준비하시라'고 방송한 뒤 앞산을 보니까 불꽃이 솟아올라 다시 '마을에 불이 붙기 시작했으니까 빨리 대피하라, 집에서 나와 대피하라'고 방송했다"며 "그 직후 순식간에 온 마을에, 주택이고 산이고 농지고 동시다발로 불이 붙어버렸다"고 말했다.
김 이장은 "당국으로부터 대피 문자나 도움을 전혀 받지 못했다"며 "아내와 함께 노약자 독거노인 사는 집에 우선 들어가 모시고 나온 뒤 도로에 올라가 올라가는 차, 내려가는 차 가리지 않고 무조건 세워 '석보면사무소나 영양군청으로 데려다 달라'고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어 "대피방송을 두차례 한 뒤 그제야 면 직원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대피시키고 돌아오니까 마을 전체가 불바다가 돼 버렸다"며 "이해는 하지만 관공서에선 불이 어디까지 왔는지 정확히 파악을 못하더라"고 늦장 통보 등을 아쉬워했다.
대피한 주민들에 대한 지원 상황에 대해 김 이장은 "영양군청이 실내체육관에 음식 나눠준 거 외에는 없다. 면사무소에서도 '보급품 나온 게 없고 물하고 컵라면 정도'라고 해 그것이라도 달라고 해 마을회관에 갖다 놓았다"며 지원이 거의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모든 농기계를 마을 공동 창고에 갖다 놓았는데 창고도 비닐하우스도 다 타버렸다. 밭에 나가야 하는데 농기계도 없고 비닐하우스에 심어놓은 배추 모종, 고추 모종이 다 타버렸다"며 막막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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