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학교에서 흉기를 휘둘러 김하늘 양(8)을 살해한 대전 40대 교사가 우울증으로 휴직 후 복직한 사실이 알려진 가운데 한 정신과 교수가 "우울증은 죄가 없다"고 강조했다.
나종호 예일대학교 의과대학 정신의학과 조교수는 지난 11일 자신의 SNS에 전날 대전 서구 관저동의 한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살인사건 보도 기사를 갈무리해 올리며 이같이 말했다.
나 교수는 "같은 나이 딸을 둔 아버지로서 너무나 가슴 아픈 일이고 피해자의 부모님이 느끼고 있을 감정은 감히 상상도 가지 않는다"며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은 부디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길 기원한다"고 운을 똈다.
그는 "가해자는 응당한 죗값을 치러야 한다. 다만,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언론이 우울증 휴직 전력을 앞다투어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며 "죄는 죄인에게 있지, 우울증은 죄가 없다"고 했다.

이어 "이와 같은 보도는 우울증에 대한 낙인을 강화해 도움받아야 할 사람들이 치료받지 못하게 만들어 한국의 정신건강 위기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며 "한국의 우울증 치료율은 여전히 10%에 불과하다. 10명 중 9명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람의 생명은 의사만이 살리는 것이 아니다. 펜으로도 사람을 살리고 죽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나 교수는 지난 2018년 12월 진료 도중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진 고(故)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를 떠올리며 "교수님의 유족은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편견과 차별 없이 언제든 쉽게 도움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달라'고 부탁했다. 이 비극이 우울증을 앓는 교사들이 이를 숨기고 치료받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나 교수는 "이미 우리는 너무 많은 교사를 잃었다.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다. 우울증 환자 90%가 치료받지 못하는 현실은 큰 문제"라며 "OECD 평균 치료율은 50~60%다. 정신건강에 대해 이야기하고 공개적으로 치료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교사 A 씨에 대한 체포영장과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됐다. 경찰은 A 씨의 상태가 호전되는 대로 구금하고 48시간 이내에 구속영장도 신청한다는 방침이다. 피의자의 평소 행동 패턴을 파악하기 위해 휴대전화, 차량 이동 기록, 우울증으로 진료받았던 병원의 자료도 확보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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