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일대 정신과 교수 "초등생 피습, 범인에 문제…우울증은 죄가 없다"

본문 이미지 - 나종호 예일대 정신과 교수. ('유 퀴즈 온 더 블럭' 갈무리)
나종호 예일대 정신과 교수. ('유 퀴즈 온 더 블럭' 갈무리)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학교에서 흉기를 휘둘러 김하늘 양(8)을 살해한 대전 40대 교사가 우울증으로 휴직 후 복직한 사실이 알려진 가운데 한 정신과 교수가 "우울증은 죄가 없다"고 강조했다.

나종호 예일대학교 의과대학 정신의학과 조교수는 지난 11일 자신의 SNS에 전날 대전 서구 관저동의 한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살인사건 보도 기사를 갈무리해 올리며 이같이 말했다.

나 교수는 "같은 나이 딸을 둔 아버지로서 너무나 가슴 아픈 일이고 피해자의 부모님이 느끼고 있을 감정은 감히 상상도 가지 않는다"며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은 부디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길 기원한다"고 운을 똈다.

그는 "가해자는 응당한 죗값을 치러야 한다. 다만,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언론이 우울증 휴직 전력을 앞다투어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며 "죄는 죄인에게 있지, 우울증은 죄가 없다"고 했다.

본문 이미지 - 11일 교사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진 김하늘 양의 빈소가 대전 서구 건양대병원 장례식장 빈소에 김양의 영정사진이 놓여 있다. 2025.2.11/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11일 교사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진 김하늘 양의 빈소가 대전 서구 건양대병원 장례식장 빈소에 김양의 영정사진이 놓여 있다. 2025.2.11/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이어 "이와 같은 보도는 우울증에 대한 낙인을 강화해 도움받아야 할 사람들이 치료받지 못하게 만들어 한국의 정신건강 위기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며 "한국의 우울증 치료율은 여전히 10%에 불과하다. 10명 중 9명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람의 생명은 의사만이 살리는 것이 아니다. 펜으로도 사람을 살리고 죽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나 교수는 지난 2018년 12월 진료 도중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진 고(故)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를 떠올리며 "교수님의 유족은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편견과 차별 없이 언제든 쉽게 도움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달라'고 부탁했다. 이 비극이 우울증을 앓는 교사들이 이를 숨기고 치료받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나 교수는 "이미 우리는 너무 많은 교사를 잃었다.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다. 우울증 환자 90%가 치료받지 못하는 현실은 큰 문제"라며 "OECD 평균 치료율은 50~60%다. 정신건강에 대해 이야기하고 공개적으로 치료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교사 A 씨에 대한 체포영장과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됐다. 경찰은 A 씨의 상태가 호전되는 대로 구금하고 48시간 이내에 구속영장도 신청한다는 방침이다. 피의자의 평소 행동 패턴을 파악하기 위해 휴대전화, 차량 이동 기록, 우울증으로 진료받았던 병원의 자료도 확보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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