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김성훈 대통령 경호처 처장이 지난해 김건희 여사의 생일을 맞아 고급 의전차량을 이용한 이벤트를 기획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2년 전 있었던 경호처 창설기념일 행사도 사실상 윤석열 대통령의 생일파티처럼 기획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16일 SBS 보도에 따르면, 대통령 경호처는 재작년 12월 18일 대통령실 강당에서 창설 60주년 기념행사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윤 대통령 헌정곡' 울려 퍼졌다고.
'창설 기념행사 메들리'라는 곡 가사에는 '84만 5280분 귀한 시간들 취임 후 쉼 없이 달린 수많은 날', '당신이 보여준 넘치는 사랑 따뜻한 손길과 사랑이 필요한 곳에 언제나 함께했죠', '오로지 국민만 생각한 당신 고마워요', '새로운 대한민국 위해서 하늘이 우리에게 보내주신 대통령이 태어나신 뜻깊은 오늘을 우리 모두가 축하해' 등 내용이 담겼다.
가사 속에 등장하는 '84만 5280분'을 일수로 계산하면 587일이다. 행사 당일에서 587일을 거슬러 올라가면 2022년 5월 10일, 바로 윤 대통령이 취임한 날이다.
아울러 해당 가사는 유명 뮤지컬이 원곡으로, '52만 5600분의 귀한 시간들 어떻게 재요 1년의 시간'이라는 가사를 윤 대통령 찬양 내용으로 개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의 생일이 12월 18일로 알려졌는데, 경호처가 이에 맞춰 60주년 행사를 열고 축하 노래까지 부른 것으로 보인다.

해당 음원은 행사 일주일 전쯤 서울의 한 녹음실에서 미리 섭외해 둔 음악인들을 통해 제작됐다. 사전 녹음에 참여한 음악가들에게 미리 주어진 악보는 보안 차원에서 곳곳을 빈칸으로 뒀다. 빈칸 속 가사는 모두 '대통령' 또는 '대한민국'이었다.
음악가들은 "대통령 경호처에서 주관하는 대통령 생일공연에 쓰이는 노래인데, 하루 아르바이트 형태로 음원 녹음이 가능하냐"는 제안을 받았다고. 이후 녹음 당일에서야 가사 빈칸에 '대통령'과 '대한민국'을 넣어 부르라는 지시를 받았다.
그뿐만 아니라 행사가 비공개로 진행되는 만큼 이 사실을 절대 외부에 유출해서는 안 된다는 '비밀 유지 계약서'까지 요구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동원된 음악가들은 10여명으로, 경호처는 이들에게 최소 300만 원 이상을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호처는 일부 음악가에게 "경호처장과 임직원이 모두 대만족하며 리허설을 마쳤다"면서 "서약서를 쓴 만큼 외부 유출을 신경 써달라"고 보안 유지를 거듭 강조했다.
행사 당일에는 가사까지 미리 녹음한 음원을 틀고 이에 맞춰 경호처 직원들이 합창했고, 해당 행사에서는 '윤석열 삼행시 선발대회' 등도 진행됐다.
이 행사는 당시 경호처장으로 재직 중이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주관하고, 기획관리실장이었던 김성훈 경호처 차장이 행사를 기획한 걸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일부 직원들은 "경호 업무를 하는 사람들이 이런 일도 해야 하느냐"며 자조 섞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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