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아들, 아버지 갯바위 유인 …13억 보험금 노려 살해

해양경찰, 끈질김과 집념의 과학수사로 피해자 원혼 달래 [사건속 오늘]
물놀이하자며 바다로 유인, 모자가 함께 머리 눌러 익사시켜

2017년 6월 22일 '전 남편이 갯바위에서 미끄러졌다'는 A 씨( 가운데)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급대와 경찰, (사진=보령해양경찰서 제공) ⓒ 뉴스1
2017년 6월 22일 '전 남편이 갯바위에서 미끄러졌다'는 A 씨( 가운데)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급대와 경찰, (사진=보령해양경찰서 제공) ⓒ 뉴스1

(서울=뉴스1) 박태훈 선임기자 = 2017년 8월 11일 충남 보령 해양경찰서는 존속 살해, 사기 등의 혐의로 A 씨(당시 53세)와 아들 B 씨(26세), A 씨의 친구인 보험설계사 C 씨(55세)를 긴급체포했다.

A 씨는 그해 6월 22일 충남 서천군 비인면 장포리에서 아들과 함께 이혼한 전 남편 D 씨(58세)를 살해한 뒤 실족해 익사한 것으로 위장하고 13억 원에 이르는 거액의 보험금을 타 내려 한 혐의를 받았다.

◇ 전처와 아들, 지인까지 함께 물놀이 온 50대 남성…갯바위에서 미끄러져

2017년 6월 22일 보령 소방서는 "사람이 갯바위에서 미끄러져 바다로 빠졌다"는 119 신고를 접하고 급히 구급차를 보냈다.

구급대원은 갯바위 인근 바다에서 D 씨를 뭍으로 꺼낸 뒤 심폐소생술을 시도했지만 이미 심정지 상태였다.

가족들은 D 씨가 '시원한 바람을 맞겠다'며 만류에도 불구하고 갯바위로 올라갔다가 그만 미끄러졌다고 했다.

 2017년 6월 22일 아들, 전처(오른쪽)와 함께 충남 서천군 비인면 장포리로 물놀이 왔다가 살해 당한 남편(왼쪽). (MBN 갈무리) ⓒ 뉴스1
2017년 6월 22일 아들, 전처(오른쪽)와 함께 충남 서천군 비인면 장포리로 물놀이 왔다가 살해 당한 남편(왼쪽). (MBN 갈무리) ⓒ 뉴스1

◇ 경찰, 설마 전처와 아들이…보험설계사, 사고 당일 가족 물놀이 사진으로 수사 혼선

보령 해양경찰서는 D 씨 부검을 의뢰한 결과 '익사로 보인다'는 잠정 통보를 받았고 A 씨 모자를 상대로 조사에 나섰지만, 뚜렷한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

여기에 C 씨가 '사고 당일 D 씨가 가족들과 함께 물놀이했다'며 다정하게 물놀이하고 있던 D 씨가 갯바위에서 미끄러지는 사진을 제공, 경찰은 '설마 자식이…'이라며 사고사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려 했다.

◇ 경제력 없는 이가 16건의 보험…경찰 "억울한 죽음 풀어주겠다"

그러던 중 보험사로부터 A 씨 모자가 D 씨 사망에 따른 보험금 총 13억 2000만 원 중 9억 9000만 원을 신청, 일부를 지급했다는 통보를 받았다.

경제적으로 무능한 D 씨가 2007년부터 2016년 사이 8개의 보험사에 16건에 달하는 사망보험 계약을 맺었고, 2016년엔 수령액이 많은 보험계약을 여러 건 한 점 등을 볼 때 뭔가 자연스럽지 못했다.

또 D 씨가 익사한 지점은 비교적 얕은 곳이어서 성인 남성이라면 충분히 일어서서 나올 수 있는 곳이었다.

여기에 D 씨가 갯바위에서 미끄러졌다면 몸 이곳저곳에 긁힌 상처가 있어야 하지만 D 씨 몸은 매끈했다.

이에 경찰은 '뭔가 있다'며 수사에 매달렸다.

 보령해양경찰서 수사관들이 더미(왼쪽위)를 이용해 모의실험했다. 그 결과 더미(시신 대역)는 피해자가 익사했다는 곳(오른쪽)으로 도저히 올 수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익사한 곳의 수심(오른쪽 수사관 자리)도 불과 10cm에 불과해 경찰은 살해를 확신하게 됐다. (사진=보령해양경찰서) ⓒ 뉴스1
보령해양경찰서 수사관들이 더미(왼쪽위)를 이용해 모의실험했다. 그 결과 더미(시신 대역)는 피해자가 익사했다는 곳(오른쪽)으로 도저히 올 수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익사한 곳의 수심(오른쪽 수사관 자리)도 불과 10cm에 불과해 경찰은 살해를 확신하게 됐다. (사진=보령해양경찰서) ⓒ 뉴스1

◇ 사망 당시 조류 시간대 모의실험…시신 갯바위 쪽으로 오지 않아, 수심도 불과 10㎝

경찰은 D 씨 체구와 엇비슷한 더미(실험용 인체모형)를 동원해 사망 당시 물때에 맞춰 모의실험을 했다.

그 결과 놀라운 사실이 드러났다.

더미는 조류에 떠밀려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갯바위 부근으로 오려면 사람이 상당한 힘을 쏟아 와야만 가능했다.

더불어 사망 시점 조류는 썰물로 D 씨가 익사했다는 곳의 수심은 10㎝에 불과했다.

이른바 접싯물에 코를 박고 죽었다는 말밖에 되지 않았다.

◇ 경찰 추궁에 실토…남편 바다로 유인한 뒤 아들과 함께 머리 눌러 익사

A 씨는 "남편이 돈도 벌지 않고 놀기만 하고 폭력적이었다"며 "대출이자 부담이 너무 커 남편 앞으로 든 보험금을 타 빚을 갚고 남은 돈은 아들에게 줘 자식이라도 잘살았으면 했다"고 실토했다.

사건 당일 A 씨는 남편에게 '갯바위로 올라오라'고 한 뒤 미끄러지게 했고 이때 C 씨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했다.

이후 남편을 '물놀이하자'며 바닷속으로 유인, 아들과 함께 목을 눌러 익사시켰다고 자백했다.

 보령해양경찰서가 익사로 위장한 살인 사건임을 밝혀낸 모의실험 모습. 사건 당시 같은 조류대에 맞춰 실험한 결과 피해자가 익사했다면 도저히 사고장소(왼쪽 아래 6번)로 올 수 없다는 점이 밝혀졌다. (사진=보령해양경찰서) ⓒ 뉴스1
보령해양경찰서가 익사로 위장한 살인 사건임을 밝혀낸 모의실험 모습. 사건 당시 같은 조류대에 맞춰 실험한 결과 피해자가 익사했다면 도저히 사고장소(왼쪽 아래 6번)로 올 수 없다는 점이 밝혀졌다. (사진=보령해양경찰서) ⓒ 뉴스1

◇ 대법원까지 갔지만 징역 25년형 못 면해

2018년 4월 전주지법은 "피해자의 생명을 경제적인 이득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고 피해자를 살해했고, 사망보험금을 청구해 일부를 지급받는 등 죄질이 나쁘다"며 A 씨 모자에게 각각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같은 해 5월 항소심인 대전고법도 1심 형량을 유지했다.

A 씨 모자는 '형이 너무 높다'며 상고했으나 2018년 8월 17일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며 각각 25년형을 확정했다.

buckba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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