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황두현 기자 =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접수한 지 92일 차에 접어들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63일)과 박근혜 전 대통령(91일) 등 전임 대통령 탄핵심판 기간을 넘어선 최장 기록이다.
변론종결 이후 기간으로 봐도 윤 대통령이 19일로 노 전 대통령(14일)과 박 전 대통령(11일)을 이미 넘어섰다.
당초 지난주 후반 선고가 유력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취소 등으로 헌재의 숙고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 법조계 등에선 이번 주 후반쯤인 20~21일 선고가 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재판관 8명으로 구성된 헌재는 지난달 25일 윤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 종결 이후 휴일을 제외하고 매일 수시로 주요 쟁점을 논의하는 평의를 열고 있지만 선고일을 아직 잡지 못하고 있다.
법조계 일각에선 헌재가 윤 대통령 외에 다수의 탄핵 사건을 동시에 심리하고 있는 게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지난 2004년 노 전 대통령, 2016~2017년 박 전 대통령 때는 추가로 심리해야 하는 탄핵 사건이 없었다.
이번에는 헌재가 이진숙 방통위원장을 시작으로 지난 13일 최재해 감사원장,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3인의 탄핵 심판을 선고했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박성재 법무부 장관 탄핵 심판 사건도 헌재의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심리 장기화를 초래한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헌재는 지난달 19일 한 총리 사건 변론을 종결한 뒤 선고일을 정하지 못하고 있고, 오는 18일에는 박 장관 사건의 첫 변론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12월 12일 접수된 조지호 경찰청장 탄핵 심판은 일정조차 잡지 못했다.
그러나 헌재가 당초 윤 대통령 탄핵심판을 중요성 차원에서 최우선으로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점을 감안하면 다른 탄핵 사건 동시 심리보다는 헌재의 전원일치 결론 도출이 순탄치 않다는 분위기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특히 윤 대통령의 구속 취소가 일부 재판관의 심리에 영향을 줬을 수 있다고 추측한다.
이런 차원에서 헌재가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만장일치 결론 도출보다는 판결의 완결성을 높이기 위해 숙고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헌법상 윤 대통령 탄핵이 인용되려면 재판관 6명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만약 3명 이상이 기각 의견을 내면 윤 대통령은 업무에 즉시 복귀하게 된다.
현재 8대 0 인용 만장일치부터 인용 6대 기각 2, 5대 3, 4대 4 등까지 다양한 가능성이 모두 거론되고 있다.
법조계에선 헌재가 박 장관 변론을 진행한 이후인 20~21일쯤 한 총리 사건과 함께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을 선고할 수 있다고 보는 분위기다. 두 탄핵안은 모두 비상계엄 사태가 발단이 된 만큼 한 사건을 먼저 선고하면 또 다른 논란을 낳을 우려가 있다.
헌재 측은 재판관 평의 일정과 내용, 시간, 장소 등을 모두 비공개하며 선고 관련 일정에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현 정부 출범 후 접수된 탄핵소추안 13건 중 8건이 모두 기각되면서 앞선 탄핵 심판 결과가 윤 대통령 사건에 영향을 줄지도 관심사다.
윤 대통령은 줄곧 야당의 무리한 탄핵 시도로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할 수 있는 요건인 국가비상사태가 유발됐다고 주장해 왔다.
윤 대통령 측 윤갑근 변호사는 지난 13일에도 탄핵소추안이 모두 기각된 점을 들어 "비상계엄의 정당성이 증명되고 있다"며 "대통령 탄핵도 신속히 기각돼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헌법 77조는 '대통령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 군사상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는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다만 헌재는 최 원장과 검사 3인 사건을 비롯해 앞서 결론난 탄핵 사건에서도 '탄핵소추권 남용' 주장을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헌재는 검사 3인 탄핵소추안을 기각하며 결정문에 "탄핵소추 목적은 법 위반에 대한 책임을 추궁하고 재발하는 것을 예방해 헌법을 수호하기 위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부수적으로 정치적 목적이나 동기가 내포돼 있다 하더라도 탄핵소추권이 남용됐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적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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