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심판의 얼굴들]⑬ 공정성 시비 속 균형…문형배 권한대행

탄핵 심판 과정 전반 주도, 윤 대통령 거취 직접 발표 예정
심판 전반에서 건조한 모습으로 일관…양측에 모두 단호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이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우원식 국회의장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상대로 낸 마은혁 후보자의 임명 보류 관련 권한쟁의심판 등 사건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2025.2.27/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이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우원식 국회의장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상대로 낸 마은혁 후보자의 임명 보류 관련 권한쟁의심판 등 사건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2025.2.27/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편집자주 ...1월 14일부터 시작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변론이 2월 25일 종료됐다. 당사자인 윤 대통령은 물론 16명 증인의 발언은 '계엄의 밤'을 재구성, 화제와 파장을 몰고 왔다. 헌법재판소에서 주목 받았던 인물들을 조명한다.

(서울=뉴스1) 김민재 기자 =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변론 기일은 지난 1월 14일부터 2월 25일까지 약 5주간 11차례 열렸다. 11번의 재판 시작을 알린 건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목소리였다.

8명의 재판관이 대심판정에 들어서면 법정에 있던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재판관들은 약 30초간 부동자세를 유지한 채 플래시 세례를 받았다. 그런 뒤 가운데 앉은 문 대행은 "지금부터 2024헌나8 대통령 탄핵 심판 변론을 시작한다"며 개정을 선언했다.

변론이 끝난 지 2주가 지난 지금 국민의 시선은 문 대행에게 쏠린다.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모든 재판관과 관계자 의견을 수렴해 탄핵 심판 전 과정을 주관했다. 선고 기일에는 탄핵 심판 결정문의 주문을 읽어 내려간다.

단호하고 신속한 진행…오래 기다린 증인에는 양해 구해

문 대행은 간결한 말투로 재판을 진행했다. 탄핵 심판의 사회자 역할을 하며 증거와 증인 채택 여부를 결정하고, 재판관 평의 결과를 발표하고, 증인 신문 순서를 안내했다.

증인이 자리에 앉으면 증언거부권을 고지했다. 대부분 같은 내용을 그대로 읽었지만 쉽게 풀어서 설명할 때도 있었다.

지난달 13일 8차 변론기일에 출석한 조성현 수도방위사령부 1경비단장에게 증언거부권의 의미를 설명했다. 조 단장은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증인 중 유일하게 재판부가 직권으로 채택한 인물이다.

문 대행은 긴장한 표정으로 증인석에 앉은 조 단장에게 증언 거부권을 고지했다. 고개를 숙여 문서를 읽던 그는 고개를 들어 법정 건너편의 군인을 바라본 뒤 손짓을 섞어가며 "쉽게 말하면 기억나면 '난다', 기억 안 나면 '안 난다'고 하면 증인의 임무는 끝난다"고 설명했다.

증인이 오래 기다린 경우에는 사과의 뜻을 전했다. 문 대행은 지난달 4일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 박춘섭 대통령실 경제수석,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김용빈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에게 "1시간 이상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며 양해를 구했다.

암 투병 중인 조지호 경찰청장이 출석했을 때는 60분간 변론을 진행한 뒤 10분 휴정했다.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전 과정에서 증인신문은 한 번에 90분 이상씩 진행됐다.

윤 대통령 측 이동찬 변호사가 휴정을 하지 않고 남은 신문 사항을 짧게 끝내고 (증인 신문을) 마무리하는 걸 제안하자 "증인(조 청장)이 한 시간 하고 쉬길 원하기 때문에 휴식을 하겠다"고 말한 뒤 휴정을 선언했다.

본문 이미지 -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직무대행이 27일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미임명 권한쟁의심판 사건’ 선고가 예정된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으로 입장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5.2.27/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직무대행이 27일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미임명 권한쟁의심판 사건’ 선고가 예정된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으로 입장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5.2.27/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尹 측 공정성 시비 걸자 "제 말에 의미 부여 말라"며 대본 들어 보이기도

문 대행은 대체로 건조하게 재판을 진행했지만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는 않았다.

지난달 13일 열린 8차 변론기일에서 윤 대통령 측 도태우 변호사는 "내일 추가 신청한 증인에 대해 평의를 거친다고 했는데 18일에 2시간씩 시간을 부여한 것은 증인 신청 평의 결과가 이미 어떤 방향을 갖고 있는 것이냐"고 물었다.

이에 문 대행은 "제 말에 의미를 부여하지 말라"며 "제가 진행하는 대본은 제가 쓴 게 아니다. (재판관) 여덟 분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서 말하는 것"이라고 대본을 직접 흔들어 보였다.

조태용 국정원장에 대한 윤 대통령의 직접 증인신문 요청도 단호하게 거부했다. 문 권한대행은 윤 대통령의 요청을 거부하며 "(재판관 평의에서) 피청구인의 지위가 국정 최고 책임자이기에 증인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서 만장일치로 의결했다"고 부연했다.

이에 윤 대통령을 대리하는 김계리 변호사는 '법적 근거가 무엇이냐'며 반발했다. 윤 대통령은 손사래 치며 김 변호사를 만류했다. 문 권한대행은 그런 김 변호사에게 "법적 근거는 소송 지휘권 행사"라며 잘라 말했다.

그는 또한 김 변호사가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을 다시 증인으로 신청한다고 말하자 "요지가 뭐냐"며 "서두에 평의를 거치겠다고 말하지 않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문 권한대행은 홍 전 차장을 비롯해 윤 대통령 측이 신청한 증인 채택 여부에 관해 재판부 평의를 거치겠다고 공지했다.

문 권한대행은 또 국회 측 김진한 변호사가 조 단장에게 '우리 헌법은 어떻게 지켜야 하는가를 고민하는 시간을 갖게 된 것 같아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탄핵 사건과 무관한 감사 인사를 전하자 김 변호사를 제지하며 균형 있게 탄핵 심판을 진행하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 때는 윤영철 헌재소장이 심판 결과를 발표했으며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에는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결정문을 읽었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의 시작을 알렸던 문 대행은 탄핵심판의 마지막인 결정문 낭독만을 남겨두고 있다.

minja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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