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후 혼인무효 가능" 판결에 소송 급증할 듯…무효 판결 '다른 얘기'

40년 만에 판례 변경…법조계 "혼인 흔적 지우기 소송 봇물 전망"
"무효 인정 사유 그대로…무효 사유 입증 관건"

서울 시내의 한 웨딩홀에서 결혼식이 진행되고 있다. 2020.8.23/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 시내의 한 웨딩홀에서 결혼식이 진행되고 있다. 2020.8.23/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황두현 기자 = 이혼을 했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혼인을 무효로 할 수 있다는 대법원판결이 나오면서 관련 소송이 쏟아질 전망이다. 다만 엄격한 혼인 무효 요건을 고려하면 실제 무효 판결이 연이어 나올 가능성은 적다는 평가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23일 혼인 무효 청구 소송에서 대법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원심의 각하 판결을 파기했다. 이혼한 부부도 혼인을 무효로 돌릴 수 있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혼인무효 확인 소는 혼인 관계를 전제로 형성되는 법률관계 관련 분쟁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유효적절한 수단"이라며 "혼인 관계가 이미 해소된 이후라도 하더라도 혼인무효의 확인을 구할 이익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이혼했지만 혼인 자체를 무효로 되돌리려는 소송은 과거의 법률관계에 대한 것이어서 소를 제기할 수 없다는 1984년 판례를 40년 만에 변경했다.

이에 따라 법조계에서는 이혼이 확정된 경우 혼인 무효 판단을 청구할 수 없었던 당사자들의 소송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혼과 달리 혼인이 무효가 되면 법적 이익이 크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이혼은 형법상 '친족상도례' 규정이 적용돼 부부간 사기 등의 범죄는 사실상 처벌하지 않지만, 혼인이 무효가 되면 처벌할 수 있게 된다. 친족상도례란 친족 사이에 재산에 관련된 범죄는 형을 면제하거나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는 특별한 규정이다.

또 혼인 무효 시 민법상 인척간 혼인(근친혼) 금지 규정이 적용되지 않고, 가사와 관련된 빚에 대해서 배우자에게 연대 책임을 물을 수도 없게 된다.

한 가정법원 판사 출신 변호사도 "이혼으로 혼인 관계가 해소됐는데 이혼조차도 처음부터 무효로 할 수 있다는 게 허용된 만큼 관련 소송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만 실제 혼인 무효 판결이 쏟아질지는 미지수다. 대법원이 판결 근거로 '당사자가 혼인 의사를 결정할 수 없는 상태에서 실질적 합의 없이 혼인 신고가 이뤄졌다'고 제시한 만큼 혼인 과정에 대한 입증이 관건이기 때문이다.

이현곤 법무법인 지우 변호사는 "혼인 무효 사유를 입증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기존 하급심 판례도 '혼인 무효 청구 사유'를 쟁점으로 봤다. 2022년 부산가정법원은 외국인과 결혼 후 사망한 A 씨의 자녀가 청구한 혼인 무효 소송을 받아들이며 혼인신고 후 1년 뒤 입국한 점, 혼인신고서에 기재 및 서명된 증인과 동의자·후견인이 해당 사실을 알지 못한 점 등을 참작했다.

대법원이 발간한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제기된 혼인무효·취소 소송(1심 기준)은 644건으로 전체 가사소송(4만 2326건)의 1.5%에 그친다. 법조계 관계자는 "혼인 무효 소송은 당사자 적격성을 갖추기 어려워 흔치 않은 편"이라고 말했다.

현행 민법이 인정하는 혼인 무효 사유는 당사자간 혼인의 합의가 없는 경우나 직계인척관계, 양부모계의 직계혈족관계 등으로 제한된다. 예를 들어 신혼여행 직후 혼인거부의사를 밝혔지만 상대방이 일방적으로 혼인신고를 한 경우 혼인 무효 사유가 된다.

판사 출신 변호사는 "대법 판결은 정말로 무효 사유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특별한 사정없이 호적상 편의를 위해 혼인을 무효로 해주겠다는 취지는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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