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황보준엽 기자 = 정부가 지역 건설경기 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내놨다. 준공 후 미분양을 매입하고, 매수자에겐 대출 금리를 깎아 구매력을 높여주는 대책 등이 담겼다. 또 사회간접자본(SOC) 분야 예산을 상반기 70% 이상 집행해 일감을 늘려주기로 했다. 침체한 내수경기를 진작해 건설경기 회복을 앞당기겠다는 취지다.
20일 국토교통부·기획재정부 등 관계 부처에 따르면 전날 정부는 '지역 건설경기 보완 방안'을 통해 지방 건설경기 회복을 지원하기로 했다. 지방 부동산 시장 위축이 지속되고, 정치적 불확실성 탓에 경기 회복 지연이 우려되자 정부가 개입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3000가구 규모로 매입해 주기로 했다. 아직 매입 조건 등 기본적인 방향은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매입 규모가 전국의 준공 후 미분양 가구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준공 후 미분양은 2만 1480가구로 집계됐다. LH가 사들이기로 한 3000가구는 전체의 13.9%에 불과하다.
LH의 재무 건전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매입임대와 전세사기 대책 등의 업무에 또다시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LH의 자체 추계에 따르면 부채는 2028년 236조 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그나마 분양가 보다 낮게 사겠다는 입장이지만, 할인분양은 건설사와 기존 수분양자 모두 반대하는 사안으로 성사가 어려울 수도 있다. CR 리츠도 상반기 중 출시할 계획인데, 같은 이유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특히 기업의 오판으로 발생한 손실을 정부가 보상해준다는 점에서 '도덕적 해이' 논란도 피해가긴 어려울 전망이다.
현재 비아파트에만 허용 중인 매입형 등록임대를 지방 준공후 미분양 아파트(85㎡ 이하)에도 허용하겠다고 했다. 주택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양도소득세 등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문제는 민간임대주택법 개정이 필요해 시행 여부가 불투명하다.
또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주택 구입 시 디딤돌 대출 우대금리를 신설해 실수요자들의 구매력을 높이기로 했다. 금리 수준은 협의를 거쳐 향후 정해질 예정이지만, 집값이 하락하는 상황 속 매수수요를 크게 늘리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번 대책에는 지자체에서 요구했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완화가 포함되지 않았다.
대신 7월 시행될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는 지방 건설경기 상황에 맞춰 4~5월 중 구체적인 적용범위 및 비율 등을 정하기로 했다. 그간의 정부 입장과는 달리 조정의 여지는 열어둔 셈이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1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집값에 대한 전망이 좋지 않아서 구매를 꺼리는 분들에게 융자를 준다고 과연 유효하게 작용할 수 있을까 하는 데 의문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아울러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70%를 상반기 조기 집행해 경기 보강에 나서기로 했다. 중앙정부 재정 중 국토 SOC 예산 17조 9000억 원 중 70%인 12조 5000억 원을 상반기에 집행한다.
환경 SOC 사업예산 5조 원 중 상반기에 3조 6000억 원(72%)도 신속 집행할 방침이다.
그러나 올해 책정된 SOC 예산 자체가 전년도에 비해 1조 원가량 삭감돼 총 발주량에서는 오히려 지난해보다 적은 편이다.
표준품셈 개정 시기를 올해 연말에서 상반기로 앞당기는 등 공사비 현실화 방안도 신속히 추진해 사업 여건을 개선한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신규 사업에 대해서는 개발부담금을 감면하기로 했다. 수도권은 50%, 비수도권은 100% 각각 감면할 방침이다.
재건축 촉진법도 제정해 절차 간소화와 인허가 지원 등을 추진한다. 용적률은 법적 상한 대비 최대 1.3배까지 상향한다.
이 모든 방안은 법안 개정이 필요한 만큼 야당의 협조 없이는 추진이 어렵다.
현 정부의 주요 과제인 재건축 촉진법과 신유형 장기임대 도입을 위한 민간임대주택법 등은 아직까지 국회 문턱을 넘어서지 못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대책보다는 추가 세제 혜택과 법인 투자 규제 완화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과거 미분양 주택을 구입할 경우 취득세 50% 감면과 양도소득세 5년간 면제 혜택 등을 준 적이 있다"며 "미분양 주택을 구입할 때 결정적인 게 세제 혜택과 주택 수인데 이 같은 혜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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