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황보준엽 기자 = 포스코이앤씨가 2조 원 규모의 성남 은행주공아파트 재건축 사업의 시공사로 선정됐다. 초대형 정비사업 수주로 인접한 분당 등 1기 신도시와 구도심에서 진행될 정비사업 수주전에도 청신호가 켜졌다는 평가다.
1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성남 은행주공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16일 시공사 선정총회를 열고 포스코이앤씨를 시공사로 선정했다. 조합원 2027명 중 1834명이 투표했으며 포스코이앤씨가 1333표를, 두산건설은 418표를 얻었다.
성남 은행주공아파트 재건축 정비사업은 지하 6층~지상 30층, 총 3198가구 규모의 아파트를 짓는 사업이다. 사업비 규모가 2조 원에 달해 올해 재건축 최대어 중 하나로 꼽힌다.
포스코이앤씨는 단지 이름을 '더샵 마스터뷰'로 제안하며 평당 공사비 698만 원이라는 파격 조건을 제시했다.
또 조합 사업비 8900억 원을 조달하면서 그중 2400억 원을 무이자 조건으로 제공하기로 했다. 이는 특수암반 공법 적용 비용까지 모두 포함한 금액이다.
아울러 굴토 심의 및 구조 심의 등 잔여 인허가 절차에 대한 실무적인 기술 지원뿐만 아니라, 인허가 비용까지 지원한다는 조건도 내걸며 표심을 잡았다.
포스코의 프리미엄 철강재인 포스맥(PosMAC)을 적용한 외관 특화, 수입산 고급 마감재, 사업시행인가 대비 300여 대의 추가 주차 공간 확보 등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사업비가 2조 원에 달하는 시공권 수주에 성공하면서 올해 목표한 도시정비사업 5조 원 수주액 달성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2021년부터 매년 재개발·재건축·리모델링 등 도시정비사업 분야에서 수주액 4조 원을 기록했지만, 5조 원을 돌파하진 못했다.
특히 지난해 플랜트와 인프라 사업의 매출이 줄어들며 적자로 전환한 터라 올해는 외형성장이 필요한 시기다.
그러나 포스코이앤씨가 해당 사업지에 공을 들인 까닭은 높은 사업비 때문만은 아니다. 향후 재건축 수주 경쟁의 전초기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판단도 반영됐다.
이곳을 기점으로 하대원동과 상대원동 등 성남의 구도심과 1기 신도시인 분당까지 넘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분당은 지난해 11월 선도지구로 지정되며 정비사업이 본격화하고 있다. 총 3개 구역, 1만 948가구가 선도지구로 지정돼 1기 신도시 중 물량이 가장 많다.
나아가 포스코이앤씨는 강남, 용산, 성수 등 서울 및 수도권 주요 사업지까지 진출하겠다는 각오다.
포스코이앤씨 관계자는 "지난해 4조 7000억 원으로 도시정비사업 수주금액 2위의 실적을 기록한 포스코이앤씨는 이번 성남 은행주공아파트 수주를 바탕으로 강남, 용산, 성수 등 서울 및 수도권 주요 사업지에서 수주행보를 더욱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무리한 수주 조건이 위기를 초래한다는 이른바 '승자의 저주'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포스코이앤씨는 두산건설에 비해서는 높지만, 평당 698만 원대로 저가의 공사비를 제안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경쟁으로 인해 타 사업지 대비 다소 낮은 공사비를 책정한 게 아닐까 싶다"며 "철저한 공정관리가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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