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김정률 기자 = 보수 정권의 두 파면 대통령인 윤석열·박근혜 전 대통령의 행보가 극명하게 엇갈린다. 칩거를 선택한 박 전 대통령과 달리 윤 전 대통령은 막후에서 계속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파면 이후 일주일간 한남동 관저에 머문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1일 서초동 사저로 옮기며 완전한 민간인 신분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탄핵 정국을 거치며 윤 전 대통령의 정치적 영향력은 오히려 높아졌고, 마지막 서초동 사저 복귀 길에는 청년 지지자 등이 몰리면서 현직 대통령 못지않은 지지세를 과시했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은 관저 퇴거에 맞춰 법률대리인단을 통해 낸 메시지를 통해 지지층을 한껏 자극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겨울 많은 국민들 그리고 청년들께서 밤낮없이 한남동 관저 앞을 지켜주셨다"고 했다. 이어 "나라와 국민을 위한 새로운 길을 찾겠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퇴거 당일 관저에서 직원들과 만나 "비상 조치 이후 미래 세대가 엄중한 상황을 깨닫고 자유와 주권 가치의 소중함을 인식하게 돼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의 이런 발언 12·3 비상계엄 사태가 정당했으며, 헌재의 결과에 대한 승복할 수 없다는 뜻으로 보인다. 보수 진영에서는 6·3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중도 보수와 같은 외연 확장에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터져나왔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윤 전 대통령이 대선 국면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경우 이번 대선이 20대와 똑같이 '이재명 대 윤석열' 구도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탄핵 정국 연장선에서 선거가 치러지는 셈이다.
하지만 당장 한표가 급해 지지층 결집에 급한 일부 대선 주자들에게는 매력적인 카드로 와 닿는 모습이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일부 인사들은 지난주 한남동 관저를 찾아 윤 전 대통령과 만났고, 이런 모습이 사저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헌법 시스템에 의해 결과는 수용하고 새 정치가 될 수 있도록 묵묵하게 돕는 것이 윤 전 대통령의 도리일 것 같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다만 윤 전 대통령의 영향력이 급속도로 사라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당장 오는 14일부터 내란 혐의 재판이 시작되면서 윤 전 대통령은 다시 법정에 출석해 본인 변호에 나서야 한다. 명태균 관련 수사가 김건희 여사를 향하고 있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여론 분위기도 우호적이지 않다. 한국갤럽이 지난 8~10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5명을 대상으로 헌법재판소의 탄핵 판결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지 물은 결과 25%만 "수용할 수 없다"고 했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이는 지난주 탄핵 반대 여론(37%)보다 두 자릿수 이상 하락한 것으로 보수층 내부에서도 헌재의 파면 선고를 수용하며 현실적 대안 찾기에 나설 것임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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