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김정률 기자 = 칩거에 들어갈지, 본격적인 사저 정치에 나설지, 11일 오후 한남동 관저를 떠나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행보에 정치권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5시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 이후 일주일간 머문 한남동 관저를 떠나 서초동 사저로 거처를 옮긴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이어진 4개월간의 탄핵 국면에서 윤 전 대통령은 반(反)이재명을 외치는 보수층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10%대로 떨어졌던 지지율은 30%대에 탄핵 반대 여론으로 변했고, 계엄 이후 윤 전 대통령과 거리두기를 했던 국민의힘 일부 대선 주자들은 윤 전 대통령과 접촉에 나서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윤 전 대통령이 거처를 옮긴 뒤 사저 정치가 더욱 활발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사저 정치가 대선 국면에서 독이 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4일 파면 결정 이후 일주일간 관저에 머문 윤 전 대통령은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 등 지도부를 제외하면 공개적으로 탄핵 반대를 주장한 당 인사들만 만났다.
5일에는 탄핵 기각을 주장한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을, 6일에 윤상현 의원과 만났고, 탄핵 반대를 주장한 '국민변호인단'에 "늘 여러분 곁을 지키겠다"고 메시지를 전했다.
윤 전 대통령은 전날 윤 의원과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 씨를 만나기도 했다. 전 씨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나야 감옥 가고 죽어도 상관없지만 우리 국민들, 청년 세대들은 어떡하냐"고 했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관저를 찾아 윤 전 대통령을 만났고 이후 SNS를 통해 "사람을 쓸 때 가장 중요시 볼 것은 충성심이라는 것을 명심할 것을 당부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윤 전 대통령이 강성 지지층과 연관된 인사들을 만나면서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사저 정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탄핵 정국을 지나오면서 윤 전 대통령의 영향력은 보수층에서 일정 부분 먹혀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윤 전 대통령의 멘토로 불린 신평 변호사는 지난 7일 YTN 라디오에 출연해 "윤 전 대통령이 예언자적 지위에서 점지하는 사람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이 사저 정치에 나서면 조기 대선 국면에서는 악수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윤 전 대통령이 대선 국면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경우 대선은 '이재명 대 윤석열' 구도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 탄핵 정국의 연장이 되는 것은 민주당이 원하는 구도다.
한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사저 정치는 자제하실 필요가 있다"며 "윤 전 대통령을 통해 탄핵의 상처를 긁을 수 있다. 결과적으로 당과 본인한테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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