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감사원이 최근 용산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서울시장 등 여권 비리 의혹에 관한 감사를 줄지어 진행하면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 3년차를 지나며 지난 문재인 정부와 관련된 감사가 마무리되고 현 정부 관련 감사가 진행되는 것이라는 설명인데 '정치 감사'라는 비판의 시선을 '원칙 감사'로 잠재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13일 정부에 따르면 감사원은 오는 21일까지 서울시를 상대로 제2세종문화회관 건립관련 부지변경 의혹에 대한 실지감사를 진행한다.
제2세종문화회관은 2019년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문래동 건립' 계획에서 지난해 3월 오세훈 서울시장에 의해 '여의도공원 건립'으로 변경된 복합문화공간이다.
서울시는 '규모가 협소하다' 등의 이유를 들며 부지를 변경했으나 '박원순 지우기' 등 논란이 일었다. 결국 지난해 11월 28일 국회에서 '2024년도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 따른 감사원에 대한 감사요구안'이 의결되면서 이번에 감사가 시작됐다.
감사원은 해당 감사요구안에 담긴 '서울시 한강 리버버스 사업의 절차적·경제적 타당성에 대한 감사' '그레이트 한강 사업 중 여의도 선착장 조성사업 사업자 선정의 불공정성에 대한 감사' 등 오 시장의 주요사업 관련 감사도 진행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지난달 17일 국회를 통과한 '대통령 관저 이전 관련 감사요구안'에 따라 실지감사 착수 전 자료 사전 수집 및 검토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미 지난해 8월까지 감사가 진행돼 결론이 난 사안이지만, 야당을 중심으로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와 인연이 있는 시공업체의 특혜 여부 등이 밝혀지지 않았다며 부실감사 의혹이 제기돼 다시 감사가 이뤄지는 것이다.
이처럼 감사원의 '여권' 비리 의혹에 관한 감사가 줄지어 이뤄지면서 '달라졌다'는 반응이 나온다. 앞서 야당은 감사원이 중립성을 저버렸다는 등의 이유로 최재해 감사원장을 탄핵소추했다.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표적 감사 의혹 △대통령실·관저 이전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감사 미실시 △국정감사 발언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관련 보도자료 배포 △월성원전 1호기 조기 폐쇄 감사 등에서 감사원장으로서의 직무 위반 등을 문제 삼은 것이다.
실제 감사원 감사위원회의 일부 감사위원들과 사무처 간 충돌도 이번 정부 들어 여러 번 발생했다. 감사위원회는 감사정책과 주요 감사계획, 감사결과에 대해 결론을 내리는 감사원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이고, 사무처는 실무를 담당한다.
유병호 감사위원이 사무처 수장인 사무총장이던 시절 감사위와의 갈등이 표면으로 드러나자, 야당은 유 사무총장이 대통령실의 명령을 받으면서 전 정권 인사에 대한 표적감사를 벌인다고 비판했다.
이런 상황 속 최재해 원장의 탄핵소추가 이뤄지면서 감사위원회 구성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감사원장을 포함해 감사위원 7인으로 구성되는 감사위원회는 과반수 찬성을 통해 주요 결정을 내리기 때문이다.
최 원장의 직무정지로 6명 중 4명의 찬성이 필요한 상황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 시절 임명된 조은석 감사위원이 감사원장 대행을 맡아 갈등을 빚기도 했다.
대통령실 관저 이전 관련 감사가 감사위원회 의결을 통해 적법하게 종료됐음에도 권한대행이던 조 감사위원이 직권 재심의 검토를 지시하면서 사무처 직원들의 반발이 나왔다.
다만 감사원 측은 정치적 편향이 없었다고 설명한다. 최달영 사무총장은 지난해 12월 브리핑을 통해 "감사원은 어느 정부를 막론하고 일체의 정치적 고려 없이 공정하게 감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감사결과의 정치적 유불리를 이유로 감사원 감사를 무조건 정치감사라고 비난하면 수용하기 어렵다"며 "통상적으로 감사원 감사는 과거 3년에서 5년간 이뤄진 업무가 감사대상이 되기 때문에, 새 정부 초기에는 전 정부가 한 일이 감사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 감사원의 정치적 편향 문제를 지적하는 것에 관해 감사원 관계자는 "중립적 자세로 감사하고, 결과는 독립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편향된 감사는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최근 감사원의 감사 흐름에 따라 그동안 야권에서 주장하던 정치적 편향을 여권에서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정부에 속한 공무원들은 원칙에 따라 업무 수행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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