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정지형 기자 = 국민의힘 대선 주자들이 속속 출마를 선언하고 있는 가운데 윤석열 전 대통령과 관계 설정이 관전 요소가 되고 있다.
경선 과정에서 당원 표심을 잡기 위해 이른바 '윤심'(尹心) 쟁탈전이 벌어질 경우 탄핵 찬성·반대파 사이 충돌이 재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선 출마를 공식화한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10일 페이스북을 통해 전날 윤 전 대통령과 만난 사실을 공개했다.
윤 전 대통령은 "힘껏 노력해서 대통령에 당선되기를 바란다"며 "대통령이 되면 사람을 쓸 때 가장 중요하게 볼 것은 충성심이라는 것을 명심해 달라"고 말했다고 이 지사는 전했다.
정치권에서는 윤 전 대통령이 '충성심'을 언급한 것을 두고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를 겨냥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윤석열 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됐지만 12·3 비상계엄 국면에서 대통령 탄핵에 나섰던 한 전 대표를 향한 당내 배신자론을 상기시키게 하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이 지사가 윤 전 대통령과 면담한 사실을 언급한 것도 한 전 대표에 반감을 가진 TK(대구·경북) 지역 내 강성 지지층 표심을 자극하기 위한 의도가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이날 국회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한 한 전 대표는 약 1만 자(공백 포함) 이르는 선언문에서 윤 전 대통령에 관한 언급을 4%(약 400자)만 할애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 전 대표는 "모든 정책이 저평가받아서는 안 된다"면서도 사례로는 원전 생태계 복원과 노동약자 보호 등 두 가지만 들었다.
대신 한 전 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을 거론하며 "비상계엄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 겁이 나서 숲에 숨은 이재명 대표보다 제일 먼저 국회로 향하고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한 한동훈이 맞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이 내세우는 '내란 프레임'에 걸려들지 않고 계엄 앞에 당당할 수 있는 자신이 정권을 재창출할 수 있는 유일한 후보라는 취지다.
보수 진영에서는 윤 전 대통령에 관한 입장 차이가 경선 과정에서 화두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의힘이 이날 공개한 경선(컷오프) 규칙을 보면 1차 경선은 일반국민 여론조사 100%로 진행되지만, 2·3차에서는 당원 투표 50%·일반국민 여론조사 50%가 적용된다.
최종 대선 후보에 오르기 위해서는 당심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안 되는 구조다.
탄핵 반대에 앞장섰던 나경원 의원도 지난 5일 관저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대선 출마를 고려해 달라는 말을 들은 것으로 알려져 당심에서는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나 의원은 오는 11일 대선 출마 선언을 한다.
다른 주자를 보면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과 홍준표 대구시장 등도 탄핵 반대편에 서 왔으며, 안철수 의원은 탄핵 찬성론자로 분류된다.
또 윤 전 대통령이 관저에서 퇴거한 뒤에도 '사저 정치'를 이어갈 경우 경선에 변수가 될 수 있다.
윤 전 대통령은 11일 오후 5시 관저를 떠나 사저로 이동할 예정인데 별도 메시지를 낼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대식 당 원내수석대변인은 SBS라디오에서 "억울하고 분통하고 하고 싶은 말이 많이 있겠지만 보수 재건과 국민의힘 승리를 위해서는 메시지는 자제하시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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