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12·3 비상계엄 사태로 시작된 혼돈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일단락됐고, 6월 3일 조기 대선 레이스가 본격적으로 막을 올렸다. 불행한 역사가 8년 만에 반복되며 장미가 만개하는 초여름은 다시 한 번 때아닌 '선거의 계절'이 됐다. 그러나 이번엔 과거의 반복이 아닌, 분열의 고리를 끊는 전환점이어야 한다.
헌법재판소가 전원일치로 대통령 파면을 선고한 직후 여야는 한목소리로 자성을 외쳤다. 하지만 오래 가지 않았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 후보자 2명을 전격 지명하자 민주당은 즉각 권한쟁의심판과 가처분 신청을 냈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의 46년 지기이자, 내란 혐의 피의자 이완규 법제처장 지명을 두고는 "내란 잔당들의 역습(김경수 전 지사)"이라는 격앙된 반응이 나왔다.
예정됐던 여야 원내대표 회동은 무산됐고, 정치권은 급기야 '탄핵'이라는 단어가 오르내렸다. '뻔뻔' '후안무치' '몰염치'(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괴물 정권'(박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 '술은 깼나'(백승아 원내부대표) 같은 거친 표현이 오가며 다시 정쟁의 늪으로 빠져드는 형국이다.
대선을 50여일 앞둔 지금, 정치권이 곱씹어야 할 메시지는 헌재 결정문 속에 있다. "국회는 소수의견을 존중하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 결론을 도출하도록 노력했어야 한다. 피청구인 역시 국회를 협치의 대상으로 존중했어야 하지만 국회를 배제의 대상으로 삼았다."
이제 정치권은 극단적 진영 대립과 분열의 악순환을 끊어내야 한다. 이번 대선은 상대를 향한 반대의 '안티테제'가 아닌, 국가의 미래를 놓고 펼치는 대결이 이어야 한다. 권력 구조 개편, 민생 위기 해결, 연금 구조개혁, 인공지능(AI) 산업 발전 같은 시대적 과제를 중심에 놓고, 유권자 앞에 해법을 제시하는 선거가 돼야 한다.
물론 이상적인 선거를 기대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는 있다. 하지만 최소한 고소·고발과 막말로 얼룩진 '진흙탕 선거판'만큼은 반복돼선 안 된다.
대통령의 파면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계엄의 겨울'을 넘어 대한민국은 다시 민주주의를 묻는 투표함 앞에 섰다. 무거운 책임을 진 국민에게 정치권은 반드시 답해야 한다. 통합과 미래를 향한 길은 지금 이곳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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