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서상혁 기자 = 헌재를 향한 국민의힘의 조속한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 심판 선고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국정 공백 장기화 우려를 내세우지만 윤석열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마지막 '빌드업'이란 평가가 많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선택적 지연의 편향성과 무책임함에 혀를 내두를 지경"이라며 "법과 원칙대로 한덕수 총리 탄핵심판 청구를 즉시 각하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도 전날 헌법재판소 릴레이 시위에서 "한덕수 총리에 대한 탄핵, 박성재 법무부장관에 대한 탄핵에 대해서도 빨리 결론을 내려줄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심각한 국정 공백 사태 수습을 위해선 한 총리 복귀가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자국 우선주의로 무장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한 지 두 달이 되어가지만, 한 총리 부재로 정상 외교의 첫발조차 떼지 못했다는 것이다.
다만 이는 표면적 이유일 뿐 속내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빌드업'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 총리의 탄핵 심판이 기각된다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경제부총리가 임명한 정계선, 조한창 헌법재판관의 정당성을 문제 삼으며 윤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압박을 높인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탄핵 심판이 기각되더라도 한덕수 총리 탄핵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는 인정된다. 따라서 최 권한대행이 임명한 재판관의 법적 지위는 문제 되지 않는다.
다만 한덕수 총리가 재판관을 임명을 거부한 상태에서 직무정지로 자리를 비운 사이, 최 권한대행이 선례를 따르지 않고 임명한 만큼 "정당성이 없다"는 정치적 공세는 펼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렸다.
국민의힘 모 중진 의원은 "한 총리가 탄핵된 결정적 사유 중 하나는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한 것"이라며 "자신의 전임자가 직무 정지된 상황에서 최 권한대행이 그의 의사에 반하는 결정을 내렸으니, 탄핵이 기각되면 재판관에 대한 정당성 시비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여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보다 한덕수 총리의 탄핵 심판 결과가 먼저 나와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같은 공세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으로 풀이된다.
몇몇 의원들은 한 총리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 당시 의결정족수를 국무총리 기준으로 적용했던 것을 문제 삼아 헌법재판소가 '각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각하될 경우 국회의 탄핵소추 또한 인정되지 않는 만큼, 최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 역시 법적으로 무효라는 것이다.
다만 이 경우 그간 최 권한대행이 행사했던 명태균 특검법 거부권을 비롯해 모든 행위가 무효로 돌아간다는 점에서 큰 혼란이 불가피하다. 이 때문에 각하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권한대행 탄핵소추 문제는 중대하긴 하지만 명백하게 결론을 낼 수 없는 사안"이라며 "국가의 어떤 행위를 무효로 보려면 중대할 뿐만 아니라 명백해야 하는데, 이 사안은 그렇게 결론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선고가 임박하면서 여권은 탄핵 기각 논리를 만드는 데 열중하고 있다. 최근 최재해 감사원장,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탄핵 심판까지 기각되면서 윤 대통령 탄핵 기각 가능성도 커졌다고 주장하는 인사들도 늘어나고 있다.
정치권의 탄핵 불복 여론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0~12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으로 대상한 전국지표조사에 따르면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에 대해 "내 생각과 다르면 수용하지 않겠다"는 응답이 42%에 달했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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