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한상희 손승환 기자 =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개헌 논의에 다소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데 대해 "그분의 문제는 헌법을 지키려는 게 아니라 자기 몸을 지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극장에서 제2연평해전을 소재로 한 연극 '바다는 비에 젖지 않는다'를 관람한 뒤 기자들과 만나 "그분은 5년 동안 범죄 혐의를 피하고 싶은 것 아니겠나"라며 이같이 비판했다.
한 전 대표는 "이 대표가 주도했던 29번의 탄핵 시도, 대통령(윤석열)이 했던 계엄령 선포까지 이런 일을 국민들에게 또 겪게 해드릴 순 없지 않나"라며 "그 필요성에 모두 공감하는 지금이 이걸(개헌) 해낼 때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걸 해내기 위해 중요한 임무를 맡은 사람이 희생하는 자세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그렇지 않으면 이런 일을 계속 겪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 전 대표는 "'87 체제'가 단순히 권력구조를 바꾼다는 면에 집중할 게 아니라 사회 전체가 시대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친인척 채용 특혜 논란이 있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해서는 "독립기관을 만들어준 것은 자기네들끼리 즐겁게 지내라고 만든 게 아니다. 선관위는 감시의 영역에 포함돼야 한다"며 "햇빛이 안 드는 곳에 곰팡이가 핀다고 했는데, 지금 곰팡이가 많이 피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선관위에 대한 개헌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선관위의 독립성은 존중하되 감사 범위를 선관위까지 넓히는 방법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는 "팔은 안으로 굽기 때문에 법관이 선관위 수장을 맡는 것도 이제는 바꿔야 한다"며 "또 사전투표 대신 본투표 기간을 늘리는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 대표가 전날(1일) 윤 대통령 파면 촉구 집회에서 이른바 '연평도 꽃게밥' 발언을 한 데 있어서는 윤 대통령의 계엄이 잘못됐으나 이 대표와 민주당 또한 폭거의 책임이 있다면서 "그런 말할 자격이 없는 게 아닌가"라고 했다.

그는 당 대표 사퇴 후 두 달여 만에 공개 정치 행보를 재개한 데 있어서는 "그동안 여러 가지 생각을 했고 제가 부족한 점이 참 많다"며 "(그러나) 좋은 정치하고 좋은 나라를 만들고 싶은 마음은 진심이다. 거기에 대해서 부족한 부분은 보완하고 나라에 도움이 되는 정치를 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지난 26일 저서 출간을 계기로 정치 행보를 재개했다.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 인용에 따른 조기 대선을 전제한 움직임이다. 한 전 대표는 이날 연극 관람 전 기자들과 만나서는 "보훈과 안보를 목숨처럼 여기는 정치를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날 극장에는 친한(한동훈)계로 분류되는 배현진·고동진·박정훈·우재준·정성국·한지아 의원, 김종혁 전 최고위원, 정광재 대변인, 윤희석 전 대변인 등이 자리했다.
특히 최근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과 갈라선 허은아 전 개혁신당 대표도 함께 자리해 눈길을 끌었다. 다만 허 전 대표는 한 전 대표 측과 조율 없이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극이 시작되기 전부터 극장 앞 도로에는 80명이 넘는 지지자들이 모여 한 전 대표를 기다렸다. 일부는 '목숨 걸고 계엄을 막아낸 한동훈! 당신이 애국자입니다. 어서 돌아오세요'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었다.
한 전 대표가 나타나자 지지자들은 환호성과 함께 '한동훈'을 연호했다.
연극이 끝난 후에도 지지자들은 한 전 대표과 같이 사진을 찍으려 몰려들었다. 한 전 대표는 40분 넘게 지지자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angela020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