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더불어민주당은 13일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된 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합류하는 데 명태균 씨가 영향력을 끼쳤다는 그의 음성이 담긴 녹취파일을 공개했다.
민주당이 이날 언론에 공개한 명 씨 음성이 담긴 55초 분량의 녹취파일에 따르면 명 씨는 "원 (제주)지사가 인수위에 이름이 있었나? 없었는데, 아예 명단 자체가 없었는데 아까 신성범(국민의힘 의원)도 '아니 원희룡이가 어떻게 (인수위에) 들어왔지?'라고, 신성범이는 알거든, 저번에 내가 추천하고 다 해갖고"라고 말했다.
녹취파일 초반에 명 씨는 "원희룡이는 고맙다고 해야 하는데, 다 사연이 있다"며 "원래 권성동이 자리(2021년 11월 당 사무총장 겸 선대위 본부장)가 내가 '당과 선대위 양쪽의 역할을 해야 될 사람이 필요한데, 저쪽(원희룡)에는 지사 출신이고, 국회의원도 하고, 대선(당내 경선) 나왔으니까, 그만큼 준비했을 거 아닌가, 원희룡이를 당의 사무총장이면서 선대위에 중책을 앉혀라'라고 하면서 내가 그걸 딱 올렸다"라고 했다.
이어 "그걸 보더니 권성동이가 '내가 할게' 이렇게 돼서 그 자리에 (권성동이) 들어간 것"이라고 말했다.
명 씨는 "난 놀래버렸다, 놀래버렸어"라며 "거기다 또 안상수 (전 창원) 시장님이 나보고 원 지사 부탁도 여러 번 했다. 거기(안 전 시장) 당대표할 때 사무총장을 원 지사가 했대"라고 덧붙였다.
명 씨는 마지막에 "원 지사가 하여튼 뭐 잘 돼서 다행이다"라며 "나는 뭐 그 사람한테 바라는 것도 없고"라고 말했다.
지난 2022년 3월 13일 당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직접 기자회견을 열고 인수위 기획위원장에 원 전 지사를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원 전 지사는 제20대 대선을 앞두고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에 참여해 4위를 기록했다. 윤 대통령은 2021년 11월 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후 당 사무총장에 '친윤계 핵심'으로 통했던 권 의원을 임명했다.
그리고 같은 달 25일 원 전 지사를 선거대책위원회 정책총괄본부장에 임명했다. 사무총장이던 권 의원은 당연직으로 종합지원총괄본부장을 맡았다.
녹취파일 속 명 씨의 주장에 따르면 명 씨는 그해 당 사무총장에 원 전 지사를 추천했으나 권 의원이 중간에서 가로챘고, 원 전 지사는 선대위 본부장 자리 하나를 맡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러다 인수위에서 자신의 영향으로 원 전 지사가 기획위원장까지 맡을 수 있었다고 주장한 것이다.
원 전 지사는 이후 윤석열 정부에서 초대 국토교통부 장관에 올랐다.
민주당은 녹취 공개 배경에 대해 "원 전 지사가 헌법재판소를 가리켜 '헌법도망소', '재판 독재'라며 공격했다"며 "극우가 판치는 정국에 편승하면서도 윤석열 파면 이후를 노려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얕은 꾀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런 원희룡도 '명태균 친분설'이 끊이지 않았음을 환기하기 위해 녹취를 공개한다"며 "원 전 지사는 창원국가산업단지 의혹과 관련해 '명태균 소통설'이 제기됐으나 부인해 왔고, 지난해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 때 명 씨를 접촉했다는 사실은 시인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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