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임여익 기자 = 북한이 오는 15일 김일성 주석 탄생일을 기념해 각종 행사를 개최하며 경축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김 주석을 우상화하는 '태양절' 표현은 최소화함으로써 김정은 정권의 '선대 흐리기' 기조를 작년에 이어 올해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8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일성 탄생 113주년 기념 중앙사진전람회'가 지난 7일 옥류전시관에서 개막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조국번영의 빛나는 역사를 수놓아오신 위대한 수령님의 불멸의 혁명업적을 사진문헌들이 되새겨주고 있다"면서 "경사로운 4월의 명절을 맞아 자애로운 어버이에 대한 인민의 그리움이 더욱 강렬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눈여겨볼 점은 올해도 북한이 그간 김 주석에 대한 우상화 의미로 사용해 온 '태양절'이라는 말 대신 '경사로운 4월의 명절',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의 탄생 113주년'이라는 표현을 주로 쓰고 있다는 것이다.
전날인 7일에도 신문에는 김 주석 생일 관련 보도가 3건이었지만 '태양절'이라는 말은 한번도 등장하지 않았다. 올해 신문에 '태양절'이 언급된 것은 지난달 평양 화성지구 3단계 1만 세대 준공식 보도에서 한번이 유일하다.
지난 6일 6년 만에 열린 '평양국제마라손(마라톤)대회' 명칭에도 이러한 분위기가 반영됐다. 코로나19로 대회가 중단되기 전인 2019년까지는 대회 공식 명칭이'만경대상 국제마라손경기대회'였는데, 올해부터는 태양절 관련 수식어가 빠진 것으로 파악된다.
![본문 이미지 - (평양 노동신문=뉴스1) =제31차 평양국제마라톤경기[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https://image.news1.kr/system/photos/2025/4/7/7221157/high.jpg/dims/optimize)
이같은 기류는 작년 김 주석 생일에 처음 감지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4월 13일부터 생일 당일인 15일까지 수십 건의 관련 보도를 하면서도 '태양절'이라는 용어는 기념일 당일 기사 단 한 건에서만 사용하고, 나머지 기사에서는 모두 '4.15절' 또는 '4월 명절'이라는 용어로 대체한 것이다.
고유환 동국대 명예교수는 "김정은 총비서가 집권 10년 차를 넘기면서 김일성과 김정일의 그늘에서 벗어나 독자 리더십을 강화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면서 동시에 "국제사회에서 북한이 정상 국가임을 표방하기 위해 선대에 대한 지나친 우상화를 경계하는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김 주석 우상화 표현은 자제하면서도 경축 행사는 예년 수준으로 개최하는 등 '민족 최대 명절'로서의 의미 자체를 축소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달 말부터 각종 행사 개최를 예고하며 축제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있다. 오는 10일에는 '제9차 4월의 봄 인민예술축전'이 개최될 예정이고, 화성지구 3단계 살림집 건설 준공식도 태양절에 맞춰 진행될 예정이다.
평양국제마라톤도 명칭에서 우상화 표현은 삭제됐지만 "민족 최대의 경사스러운 4월 명절에 즈음하여" 열렸다는 보도로 미뤄 여전히 태양절 기념 차원의 행사로 여겨지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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