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군 장병들의 사상 교육을 담당하는 정치장교 교육기관을 찾아 군의 사상 무장을 강조했다. 최근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된 북한군 포로가 한국 언론에 귀순 의사를 밝힌 사실이 공개되자, 군 내부의 사상을 점검하는 시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26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 총비서는 지난 24일 창립 80주년을 맞은 김일성정치대학을 찾아 "군대를 군사기술적으로 무장시키기에 앞서 사상적으로 무장시키는 것이 군 건설에서 중핵"이라며 사상을 군인, 무기와 함께 '무장력의 3대 요소'라고 규정했다.
그는 또 "사상이 없는 무장은 쇠붙이에 불과하다"면서 "우리 군대의 건설 방향은 우선적으로 철저히 정치사상 강군화, 도덕 강군화를 앞세우고 그다음 핵 무력을 포함한 모든 영역의 군사기술장비 고도화를 실현하는 것"이라고 군의 사상 무장을 거듭 강조했다.
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파병과 주택, 공장 등 각종 건설 현장에 동원된 북한군의 사상 이완을 막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통일부 당국자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파병과 잦은 경제 현장 동원이 젊은 군인들에게 "자연스럽게 수용하기 어려운 상황일 것"이라고 짚었다.
러시아 파병과 관련해 북한은 아직 이를 공식화하지 않았지만, 북한 내부에선 이미 파병 소식이 퍼지면서 청년들 사이에서 입대 기피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앞서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군대에 있으면 죽을 수도 있다는 공포심에 입대 대상자들이 자해까지 하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군 면제가 되기 위해 방아쇠를 당길 검지 손가락을 절단한다는 것인데 이에 북한 당국도 입대 규정까지 바꿔가면서 단속에 나섰다고 한다.
여기에는 또 최근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된 북한군 포로가 한국 귀순 의사를 밝히고, 우크라이나 측도 이들의 한국 송환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북한 입장에서 러시아 파병이 북한군의 자발적 한국행으로 귀결되는 것은 최악의 시나리오에 해당한다. 파병 과정의 인권 문제가 다시 불거지는 것은 물론이고 북한 내부 분위기에도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김 총비서가 이번 시찰 연설에서 "군인들에 대한 교양자적 위치에 서 있는 정치일꾼들 속에서 당 중앙의 요구와 기대에 따라서지 못하는 일부 편향들이 나타나고 있다"라고 지적한 것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편향'이 무엇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없었지만, 생포된 북한군이 이탈 의사를 밝혔다는 것은 곧 군의 사상 교육이 당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뜻이라는 점에서 내부적으로 생포된 북한군의 자발적 이탈이 군 전반의 사상교육의 문제점으로 지적됐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북한은 이에 대응해 향후 파병군인들을 관리하기 위한 후속 조치에도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은 러시아로 파견한 노동당 대표단을 통해 러시아 측에 생존한 북한군을 포함해 생포된 포로들의 신병 처리 관련 입장을 전하는 등의 단속 조치가 우선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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