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한 달째 공식 석상에 나타나지 않고 있다. 북한과 연계된 국제정세의 변화를 관망하며 연말 경제 성과에 집중하고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당 기관지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에 김 총비서가 등장한 마지막 일정은 지난달 19일 방북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접견이었다. 보도일 기준으로 보면 10월20일 이후 이날까지 한 달째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는 올해 들어 가장 긴 잠행 기간이다.
김 총비서는 지난 9월 중순 북러 정상회담을 위해 러시아를 다녀온 뒤부터 활동이 뜸해졌다. 두 달 남짓 기간에 지난 9월26~27일 열린 최고인민회의에서 연설한 것과 라브로프 장관 접견이 공개활동의 전부다.
북러 정상회담 이후 양국 협력 활성화, 정찰위성 발사 등 후속 조치 이행 차원에서 올해 하반기 김 총비서의 활동이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와 달리 급속하게 활동이 축소된 느낌마저 준다.
그 사이 북한은 정상회담 합의에 따라 알렉산드르 코즐로프 천연자원부 장관 등 방북한 러시아 대표단과 제10차 북러 경제공동위원회(무역, 경제 및 과학기술협조위원회) 회의를 개최하고 경제분야에서의 교류협력 활성화에 합의했다. 하지만 김 총비서는 이 때도 공개석상에 나타나지 않았다.
시기적으로 최근 북한이 외교 전략을 바꾸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충돌로 국제 정세가 또 한 번 요동을 치면서 김 총비서가 정세 관망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북한은 최근 우간다, 앙골라, 스페인 등 일부 지역에서 대사관을 철수하는 등 재외공관을 재편하고 있다. 이를 두고 북한이 '신냉전 구도'에 편승해 외교 역량을 중국과 러시아에 집중하려 한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의 우방 이스라엘과 대립하는 하마스도 북한과의 관계를 강조하며 '반미' 기조에 서는 국가 중 하나라는 점에서 중동사태 역시 북한의 핵심 관심사인 것으로 보인다.
내부적으로는 연말 국가사업 총결산을 앞두고 막바지 성과 추동을 위해 경제와 건설 등 각 분야 주요 사업들을 직접 챙기고 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특히 올해 국방부문 핵심 과업 중 하나인 군사정찰위성 발사 성공에 집중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 5월과 8월 정찰위성 발사에 실패하고 10월 내 3차 발사를 예고했지만 이날까지 발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정부는 북한이 이달 안에는 정찰위성 3차 발사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전날 북한이 러시아의 도움을 받아 엔진 문제점을 거의 해소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르면 일주일 내, 늦어도 오는 30일 전에 정찰위성을 발사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의 판단대로 만약 이달 안에 북한이 위성을 발사하고, 궤도 안착까지 성공한다면 이는 올해 북한의 가장 큰 군사 성과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관련 사실을 공개하진 않았지만, 김 총비서는 앞선 두 번의 발사 시도 때도 현장을 찾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 때문에 3차 발사가 성공한다면 김 총비서의 잠행도 더 길어지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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