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인사동의 비상계엄

본문 이미지 - 홍기삼 전국취재본부장 ⓒ News1
홍기삼 전국취재본부장 ⓒ News1

(서울=뉴스1) 홍기삼 전국취재본부 부국장 =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선고 전날이었다. 광화문을 향하던 버스가 경복궁역에서 갑자기 유턴했다. 기사는 승객들에게 “더 이상 가지 않으니 여기서 모두 내리라”고 했다.

70대로 보이는 백발의 외국인 노부부는 영문도 모른 채 서로를 쳐다봤다. 종로구 인사동을 찾아간다던 그 부부에게 방향만 알려준 채 갈 길을 갔다. 공포에 질린 듯한 그 부부의 눈빛이 자꾸 생각났다. 괜히 미안해졌다.

서울을 찾는 외국인들이 북적거리는 곳, 인사동을 찾는 외국인들은 대부분 서울을 처음 방문했을 가능성이 높다. 호기심 가득한 눈길로 이곳저곳 작은 가게들을 기웃거리고 연신 스마트폰을 올려 거리 풍경을 담기도 한다.

코로나 때는 ‘하늘의 별 따기’라고 할 정도로 외국인들이 자취를 감추었다가 지난해부터 다시 발길이 늘고 있었다. 글로벌 막강 파워를 자랑하고 있는 한류의 영향으로 인사동을 찾는 외국인들의 모습도 갈수록 다양해졌다.

비즈니스 출장을 왔다가 잠시 들른 외국인들도 많지만, 아예 작정하고 한국을 찾은 가족 단위 관광객들도 눈에 많이 띄었다. 실제로 지난해 서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1212만명(11월 기준)이다. ‘역대 최고’였던 2019년 1274만명 대비 95%까지 회복했다. 매일 오후 ‘인사동 순찰자’로서 뿌듯한 광경이었다. 적어도 작년 12월3일 전까지.

그날 이후 모든 풍경이 변했다. 인사동이 갑자기 ‘진공상태’가 됐다. 외국인 관광객을 보기가 쉽지 않았다. 추운 겨울 날씨 탓도 있었겠지만, 한국발 ‘비상계엄’ 선포가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

우리 국민들도 많이 놀랐지만, 외국인들도 똑같이 큰 충격을 받았다. BTS를 비롯해 문화예술 면에서 세계 톱 소프트파워를 자랑하는 ‘선진국’ 한국에서 계엄 선포는 그 자체로 ‘이상하고 기묘한’ 일로 여겨졌다. 그 쇼크는 우리가 인식하는 그 이상, 상상을 초월했다. 해외에 거주하는 지인들이 그다음 날 조심스레 연달아 안부를 물어왔다.

서울 주재 외국계 기업들도 비상계엄이 선포된 다음 날 긴급하게 안전진단 회의를 열기도 했다. 상당수 외국계 기업은 준전시 이상에 준하는 ‘Severe’(심각한) 등급을 한국에 부여했다. 연말·연초 글로벌 기업들의 서울 출장이 모두 없던 일이 됐다.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되고 조기 대선 일정이 시작되면서 서울은 다시 평화로운 일상을 찾고 있다. 서울을 찾는 외국인들이 마음껏 한국의 일상을 샅샅이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 서울은 이제 대한민국만의 전유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서울을 돌려줄 때다.

argu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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