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권혜정 한지명 기자 = 서울 강동구 명일동에서 발생한 대형 싱크홀(땅꺼짐)과 관련해 여러 차례 전조증상이 잇따랐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사고의 원인을 두고도 각종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시는 국토교통부와 사고조사위를 구성하고 의혹에 대해 면밀히 조사한다는 방침이지만 일각에서는 싱크홀과 관련한 서울시 대책이 '유명무실'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 원인에 대한 면밀한 조사를 통해 기존 싱크홀 안전대책을 새롭게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27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올해 초 싱크홀 사고의 재발을 막기 위해 '지반침하 예방 종합 개선대책'을 수립해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8월 연희동 서산로에서 발생한 싱크홀로 시민 2명이 중상을 입은 것에 이어 종로5가역 인근, 고려대역 인근에서 잇따라 같은 사고가 발생하며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시는 지반침하 예방 종합 개선대책을 통해 전국 최초로 '지반침하 관측망'을 시범운영하고 지하안전관리 업무를 보강하고자 '도로혁신 TF'를 신설해 가동하기로 했다.
또 최근 10년간 지반침하 원인 중 상·하수관로 손상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점을 고려해 노후 상·하수관로를 집중 정비하기로 했다. 지하철 역사 주변, 재개발·재건축 등 대형공사장, 도로 침하구간 등 취약지역에서 상수도관 누수 현상을 확인하기 위한 탐사를 월 1회 벌이는 한편 굴착공사장을 대상으로 착공 후 연 1회 했던 GPR(지표투과레이더) 탐사 역시 월 1회 정기 탐사로 강화한다고 했다.
그러나 시가 대책을 발표한 지 불과 3개월 만에 강동구 명일동에서 대형 싱크홀이 발생하자 일각에서는 서울시의 이같은 대책이 '유명무실'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강동구 싱크홀 사고와 관련해 여전히 상하수도관 노후와 지하철 공사 등이 원인으로 지목되기 때문이다.
사고에 앞서 수차례 반복된 '전조증상'은 이같은 지적에 힘을 보탠다. 명일동 대형 싱크홀 인근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A 씨는 이달 6일 주유소 바닥 균열과 관련해 서울시와 강동구청에 민원을 제기한 것에 이어 사고 당일 오전 '주유소 주변 배수로 파손'에 대한 민원을 재차 제기했다.
이에 시는 "지하철 9호선 감리단·시공사에서 2차례 현장을 방문해 확인한 결과 주변 지반 침하는 없었다"며 "해당 지역이 9호선 공사현장과 인접함에 따라 이달 14일 A 씨와 협의해 주유소 내에 계측기 2개소를 추가 설치한 뒤 주기적으로 검측을 시행했고, 사고 당일까지 계측결과에 이상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기존의 지반침하 관련 안전 대책을 전면 재검토하고, 수십 년간 노후화된 상하수도관과 복잡한 지하 구조물 등 최근 도시 실정에 맞춰 대책을 새롭게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정충기 서울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지하에 구조물이 많고 대부분 노후돼 있다"며 "땅속에 있다 보니 관리가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동 사고 이후 사고가 줄긴 했지만, 계속되는 재개발·재건축을 고려하면 지하공간에 대한 관리는 더 강화돼야 한다"며 "지하영향평가를 강화하긴 했지만 이번 사고를 보면 아직 부족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지하철 공사, 고속도로 터널, 상수도 파열 중 정확한 원인을 조사해야 한다"며 "지반이 약한 곳인데 실시간 계측이 제대로 됐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어디에 어떤 계측기를 설치했는지, 무엇을 측정했는지 서울시는 기록을 공개해야 한다"며 "계측 자료가 없다면 대비도 안 한 것이고, 했다면 감춘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사고가 나야 움직이는 현실, 사전 진단에 예산을 안 쓰는 구조가 문제"라며 "환경영향평가는 초진에 불과하고, 지하 상태는 별도 정밀조사로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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