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북=뉴스1) 장수인 기자 = 현직 경찰관이 자신의 상관인 경찰서장을 검찰에 고소한 일이 전북에서 발생했다. 자신이 야간 당직 근무 도중 술을 마시고, 사복을 입고 일을 했다며 직원들에게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는 이유에서다. 해당 서장은 "감찰계장에게만 사실을 확인하라고 지시했을 뿐 누구에게도 말한 적이 없다"며 관련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A 경감은 지난 7일 자신이 근무하는 경찰서 감사계장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왜 당직 근무 도중 근무지를 이탈했냐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감사계장은 "(A 경감이) 당직 근무 날 사복을 입고 경찰서 정문으로 들어오는 걸 서장이 봤다. 서장의 지시로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연락했다"고 말했다.
B 서장은 감사계장뿐만 아니라 자신의 동료들에게도 이 같은 말을 하고 다녔다는 게 A 경감의 주장이다. 심지어 "A 경감이 당직 근무 중 술을 마셨다"는 말까지 했다고 한다.
A 경감은 "이건 정말 허위 사실"이라며 "감찰 부서에만 이야기를 전달하고 경위를 파악하게 했으면 될 일이었는데 또 다른 직원들에게도 나에 대한 근거 없는 이야기를 하고 다닌 것이 이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A 경감은 스스로 억울함을 풀기 위한 행동에 나섰다.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경찰서 외부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를 확보한 것이다.

확인 결과 A 경감이 술을 마시고 경찰서에 들어왔다고 알려진 시점인 지난달 18일 오후 8시를 전후로 약 10분간 해당 CCTV에는 A 경감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서장이 탑승한 걸로 추정되는 관용차가 정문을 빠져나가는 게 유일했다. "A 경감이 술을 마신 채 사복을 입고 정문을 들어오는 걸 봤다"는 취지의 B 서장의 주장과 배치되는 셈이다.
A 경감은 "이번 일을 겪으면서 정말 억울하고 화가 났다"며 "30년 넘게 경찰 제복을 입고 일한 것에 자부심이 컸는데 B 서장의 억측으로 인한 허위사실로 내 경력이 송두리째 부정당한 기분"이었다고 울분을 토했다.
그러면서 "경찰 조직은 평생 청춘을 바친 곳이자 내가 사랑하는 곳"이라면서도 "이번 일로 경찰 조직에 부정적인 이미지가 심어질 것 같아 마음이 좋지 않지만, 분명하게 잘못된 것은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A 경감은 최근 B 서장을 명예훼손과 직권남용 등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이에 대해 B 서장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허위사실을 유포한 일이 없다며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B 서장은 "당일 저녁 A 경감이 사복을 입고 경찰서에 들어오는 걸 봤다"면서 "술을 마셨는지는 내가 알 길이 없어 감찰계장에게만 사실을 확인하라고 지시했을 뿐 누구에게도 말한 적이 없다"고 전했다. 당일 CCTV를 직접 확인하면 되지 않느냐는 기자 질문에 그는 "내가 직접 봤기 때문에 CCTV를 굳이 확인할 필요는 없다"며 제기된 의혹을 반박했다.
soooin9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