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뉴스1) 고동명 기자 =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제주4·3 기록물은 무려 1만4673건에 달하는 방대한 자료다.
11일 제주도에 따르면 유네스코에 등재된 4·3 기록물은 1949년부터 2003년까지 생산된 군법회의 수형인 명부와 옥중 엽서(27건), 희생자와 유족들의 생생한 증언(1만 4601건), 시민사회의 진상규명 운동 기록(42건), 정부의 공식 진상조사보고서(3건) 등이 포함됐다.
문서가 1만3976건, 도서 19건, 엽서 25건, 소책자 20건, 비문 1건, 비디오 538건, 오디오 94건 등으로 구성됐다.
군법회의 수형인 기록은 제주지방검찰청과 제주4·3연구소 등이 보관 중인 기록으로 불법 군사재판 수형인들의 행형기록(수형인명부)과 이들이 가족에게 남긴 엽서와 증언들이다.
민간 차원에서 수집된 희생자 유족 증언은 4·3기록물 가운데 1만건이 훌쩍 뛰는 가장 방대한 양이다.
4·3연구소와 도의회, 개인이 희생자에게 들은 증언을 수입했고 이 증언들은 4·3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전국적인 시민사회 운동으로 이어졌다.
이 증언에는 '무명천 할머니'라고 불렸던 고(故) 진아영 할머니의 진술도 담겼다.
1914년 태어나는 그는 4·3이 일어난 다음해인 1949년 1월 제주시 한경면 판포리 집 앞에서 경찰이 쏜 총탄에 턱을 맞는 중상을 입었다.
목숨을 구했으나 턱이 산산이 조각나는 큰 상처를 입은 진 할머니는 평생을 '무명천'으로 턱을 가리고 살다 2004년 9월8일 숨졌다.
진상규명 운동 기록에는 현기영 작가의 소설 '순이삼촌'을 비롯해 유족회와 시민사회 운동의 기록들과 좌우의 분열을 넘어서 화해와 상생을 추구하는 도민들의 노력이 담겨있다.

특히 현기영 작가의 순이삼촌은 4·3 당시 350여 명이 희생된 북촌리 사건을 소재로 한 소설로 4·3을 전국에 알리며 4·3진상규명운동의 불을 당겼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와함께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명한 4·3특별법 무선와 정부위원회의 진상조사보고서도 이번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등재에 포함됐다.
4·3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는 2012년 토론회 등에서 처음 제기된 후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이후 기록물 전수조사와 선정, 미국 현지조사 등을 거쳐 8년 만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는 쾌거를 거뒀다.
제주도는 이번 등재로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자연유산, 세계지질공원, 무형문화유산, 여기에 세계기록유산까지 더해져 ‘유네스코 5관왕’이라는 기록을 달성하게 됐다.
이번 등재로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우리나라 기록물은 조선왕조실록과 훈민정음 등 18건이 됐다. 세계적으로 124개국 8개 기구 494건이다.
한편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에 따르면 4·3은 1947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1948년 4월 3일 발생한 소요 사태, 또 한라산 금족지역이 전면 개방된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에서 발생한 무력 충돌과 그 진압 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을 말한다.
제주4·3사건진상규명 및 희생자명예회복위원회가 확정한 희생자 수는 2023년 현재 1만 4738명이다. 이는 공식적으로 집계된 희생자 수치일 뿐 진상조사보고서는 4·3 당시 인명피해를 2만 5000명에서 3만 명으로 추정한다. 당시 제주도 인구의 10분의 1 이상이 목숨을 잃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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